남경필 지사 아들 가혹행위 사과 "법에 정해진대로 응당한 처벌 받게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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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경기지사의 아들이 후임병에게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남 지사의 아들은 현재 경기도 포천의 6사단에서 근무하고 있다.

육군에 따르면 6사단 포병부대에 근무하는 남 모 상병은 후임인 A 일병이 행동이 느리다는 이유로 지난 4월부터 이달 초까지 약 4개월동안 수 차례에 걸쳐 군화를 신은 발로 걷어차거나 주먹으로 턱과 배를 구타했다. 또 지난달 중순부터 최근까지는 또 다른 후임 B 일병을 뒤에서 껴안거나 바지 지퍼 부위를 손등으로 치는 등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이달 초 해당 부대에서 실시한 가혹행위 여부와 관련한 전수조사에서 드러났다. 육군 관계자는 “지난 4월 윤 일병 구타사망 사고 이후 전 부대에서 가혹행위와 관련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 상병은 군의 1차조사에서 A 일병에 대한 폭행 혐의는 인정했지만 B 일병에 대한 성추행 혐의 등에 대해서는 장난이었다고 해명했다고 군 관계자가 밝혔다.

남 지사는 자신의 아들이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17일 오후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아들이 군 복무 중 일으킨 잘못에 대해 피해를 입은 병사와 가족분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 “사회 지도층의 한 사람으로서 자식을 잘 가르치지 못한 점은 모두 나의 불찰”이라며 “아들은 조사 결과에 따라서 법에 정해진대로 응당한 처벌을 달게 받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 지사는 “아버지로서 같이 벌을 받는 마음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겠다”고 덧붙였다. 사과문은 남 지사의 SNS에도 게재됐다.

◇신문 기고 논란= 공교롭게도 남 지사는 아들의 가혹행위가 공개되기 하루 전 복무 중인 아들과 관련한 글을 본지에 기고했다. 본지 15일자 오피니언면(29면)의 ‘나를 흔든 시 한 줄’이라는 코너에 김현승 시인의 ‘아버지의 마음’을 인용한 뒤, “아들 둘을 군대에 보내놓고 선임병사에게 매는 맞지 않는지 전전긍긍했다. 병장이 된 지금은 오히려 가해자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여전히 좌불안석이다…”라고 적었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남 지사가 아들의 가혹행위를 알고도 이런 글을 기고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군에 따르면 남 상병은 지난 11일 헌병에게 인계돼 조사를 받았으며, 13일 형사 입건됐다. 육군 측은 “남 상병의 집에는 규정에 따라 13일 연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 지사가 본지 기고문을 보내온 건 11일이었다. 시점상 아들의 가혹행위가 통보되기 전이다. 남 상병은 남 지사의 큰 아들이고, 둘째 아들은 형보다 먼저 입대해 현재 육군 모 부대에서 병장으로 복무하고 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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