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의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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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겨올 산길을 가다가 흐린 하늘의 틈새를 가르고 비춰오는 햇살을 눈부시게 느낄 때, 마른 풀 위로 이름 모를 열매를 물고 푸드득 날아가는 산새의 모습을 볼 때 문득 자연의 묘한 질서를 느낀다.
이같이 인간과 자연이 만나게 될 때 인간은 바로 자연이 된다.
81년 중앙문예 시조 당선자 이정환씨(27·경북 금능군 지례면 지비국교 교사)는「무궁한 소재를 가지고 있는 자연을 배우며」시조를 쓴다고 했다.
당선작『냇가에 앉아서』는 지난여름·가을사이 낚시를 하면서 상을 잡았다.
혹은 급류를 이루고 혹은 조용히 머무르며 다시 흐를 때를 기다리는 냇물과 그 속에 웬만큼 물이끼가 낀 조약돌을 보며 세월과 그 속에서 성장해온 자신의 생을 관조해 보았다는 것.
시조를 쓰게된 것은 시보다 시조가 자신의 체질에 더 맞다고 느꼈기 때문.
『우리 나라 사람이면 모두가 가슴속에 시조의 운율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숨결로 자라난 우리들의 호흡이 구속된 형식 속에서 오히려 자유를 찾고 잘 살아나기 때문입니다.』
이씨는 시조가 우리 생활속에 되살아나도록 보다 많은 사람이 시조를 쓰고 또 읽어야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시조의 형식 속에서도 내면의 갈등이나 현실문제를 다룰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저의 시조 세계 영역을 넓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조 문학지에 78년 추천 완료되었지만 이번 당선을 계기로 신인이 된 자세로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의 작은 사람의 울타리인 희와 현과 기쁨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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