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의 참 맛"은 소박한 그대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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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에서는 설날이 되면 어느 집이든지 떡국을 끓여 먹는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 어느 나라도 그렇지만 일본에서의 절은 연중 가장 큰 행사로 손꼽힌다. 내가 어린 시절에 설을 지낼 때는 지금보다도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지냈다. 연초의 며칠동안은 칼을 쓰는 일이 절대 금기로 되어왔기 때문에 설을 지내는 동안의 음식물 중 칼을 사용해야 할 것은 미리 준비를 해야했다.
또 우리 집에서는 몇가지 일본 특유의 설 풍습이 엄격히 지켜졌는데 3일 동안 청소도 안했고 설날 아침엔 아버지가 처음으로 물을 긷게되어 있었다. 일종의 미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물을 여자가 먼저 긷게되면 재수가 없다는 이유에서 있고 청소를 않는 것은 비질을 하면 정신이 도망간다는 이유에서였다. 약 10일간의 준비 끝에 맞이하는 설날은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모두 즐거운 일이다.
한국에서는 떡국에 가래떡과 쇠고기를 사용하는데 일본은 네발 짐승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닭고기를 넣는다. 내가 처용 한국에 와서 먹으려던 떡국에 쇠고기가 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근20년에 이르고 보니 이젠 예사롭게 떡국에 쇠고기를 넣고 끓이게 되었다. 떡국을 생각하면 늘 떠오르는 일이 있다. 한국에 온지 1년밖에 안된 61년 나는 대전의 공군기술 교육단 사택에 살고 있었다.
그때 그 곳엔 독신자 숙소가 있었는뎨 그해 설에 한20∼30명 쯤 되는 독신장교들을 불러 떡국 대접을 해 솜씨를 칭찬받은 것이 아직까지 기쁘다. 설날 아침상에는 떡국 외에도 도라지나물과 김치가 빠질 수 없다.
내가 처음 받은 상에도 빨갛게 무친 도라지 나물과 김치가 내 눈을 가장 끌었다.
내가 먹으려고 하자 옆에 있던 사람이 먹지않는게 낫다고 했다.
사실 나는 처음 도라지와 김치의 색깔이 빨개 당근으로 착각하고 한국 사람은 당근을 굉장히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알려주길 고춧가루로 담근 김치와 무친 도라지라고 말해추어 맛만 보는데 그치고 말았다.
그려나 그후 이집 저집 다니며 김치 담그는 법을 배위 이젠 누구 못지 않은 솜씨와 맛을 자랑한다. 지금 내가 생각하기엔 화학조미료가 뎔 들어가고 조잡한 것 같을 피한 김치가 정갈하고 훌륭한 맛을 내는 것 같다. 가끔 학교에 다니는 애들이 도시락에 김치를 싸 가지고 가서 친구들이 맛이 좋더라던 이야기를 들을 대가 역시 즐거운 일이 된다.
거의 20번이 되는 김장과 다달이 담그는 김치의 종류가 다양해진 것은 뎌 말할 나위도 없다. 몇년전 내가 일본에 갈매 고춧가루를 가지고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친구 집에 머무르면서 오이소박이를 담가 주었다. 고춧가루를 조금 넣고 만들었는데 친구와 친구 아들·딸들이 맵다고 펄쩍 뛰면서도 맛있다고 먹었다.
그후엔 종종 한국의 김치가 일본에 수출되어 호평을 받고 있다고 얘기를 듣고 있다. 요사이는 비싼 음식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내가 생각하기엔 맛도 소박한 그대로가 역시 한국음식의 참 맛인 것 같다. 외국의 비싼 요리도 맛있고 훌륭하겠지만 늘 대하는 음식이라도 정성들여 준비하고 그 음식의 전통을 중히 여기고 한국의 맛을 지켜 나가는데 노력했으면 하는 것이 하나의 내 바람으로 되고 있다.「구마다·가즈꾜」 <웅전화자·일본인· 한국 외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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