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조깅」-노장마라톤 왕 이덕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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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조깅」은 이제 나의 생활의 일부가 됐고 또 살아가는데 대한 보람이기도 하다.
내가 「조깅」을 시작한 것은 74년 4월로 의사의 권유 때문이었다.
당시 부산에서 조그마한 사료공장을 하던 나는 사업의 실패로 고혈압 증세가 나타난데다 20세 때부터 계속되어온 소화불량까지 겹치는 환자가 되었다.
자꾸 뒷머리가 뻣뻣해져 병원을 다니게 되었는데 의사는 『고혈압이 단시간 내에 치료되는 것도 아니고 위장까지 나쁘니 달리기 운동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래서 매일 아침 얼마씩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처음 한 두 달은 너무 힘이 들어 『그만둘까』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그 해 10월 서울 운동장에서 제1회 노장 「마라톤」 대회가 있다는 기사를 보고 6개월의 실력으로 참가, 10위를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역시 해볼만한 운동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후 뛰는 거리를 점점 늘려 매일 10㎞정도를 달리게 됐고 1년이 지나니까 고혈압이나 소화불량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달리는데 흥미를 느낀 나는 좀더 과학적으로 달려 남보다 빠르게 달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새로운 달리기를 창안해냈다. 달리기에 중요한 것은 첫째 신발이다. 뛸 때 발뒤꿈치가 먼저 닿고 다음에 발 앞이 닿아야 장시간 피로를 느끼지 않고 달릴 수 있는데 기성신발은 이것이 잘 되지 않았다.
내 나름대로 뒷 굽이 약간 높고 공기가 들어갈 수 있는데다 「쿠션」이 좋은 신발을 고안, T고무를 찾아가 그대로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다. 이런 신발에다 허리를 좌우로 움직이고 손을 약간씩 흔드는 주법을 창안, 연습하고부터 장거리에 피로를 느끼지 않게 됐으며 그 덕택에 국제대회에서 상위에 입상했다고 지금도 믿고있다.
우리 동작 「마라톤·클럽」에는 34명의 회원이 있는데 나는 항상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있다.
『노인이 건강해야 가정이 화목한 법이다. 지금은 늦었다고 생각지 말고 내일부터라도 가정을 위해, 자신을 위해 달려보자』고.
요즘도 궂은 날을 빼고는 한 달에 22, 23일간 매일 15㎞씩을 달리고 있다. 「조깅」이 없이 살라면 이젠 못 살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이덕규씨(62·동작 「마라톤·클럽」) ▲78년=일본「후꾸오까」 노장「마라톤」(10㎞)우승·38분 ▲79년=일본 「오까야마」 노장 「마라톤」 (25㎞)우승·1시간18분10초 ▲79년=영국 「볼던」 노장「마라톤」 (25㎞) 2위·1시간44분16초 ▲80년=「스코틀랜드」「글래스고」 노장 「마라톤」(42.195㎞) 3위·2시간56분3초(출전 국내대회 60대 부문 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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