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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송시|"동에서 서으로, 서에서 동으로 핏줄을 잇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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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길> 전창건
길을
내기 위해서는
정(정)으로 쳐야한다.
바위를 치고
산을 쳐야한다.
그러나
오늘
아친
새 아침
햇 덩어리
천왕봉 꼭대기에
맑고 밝은
지금
동에서
서으로
서에서
동으로
길을
내기 위해서는
눈물로 쳐야한다.
첩첩 바위를 치고
첩첩 산을 쳐야한다.
길을
내기 위해서는
다이너마이트로 깨야한다.
바위를 깨고
산을 깨야한다.
그러나
오늘
아침
새 아침
햇 덩어리
지리산 꼭대기에
맑고 밝은
지금
광주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광주로
길을
내기 위해서는
피로써 깨야한다.
첩첩 바위를 깨고
첩첩 산을 깨야한다.
한 핏줄
서로 그리는
그리움의 눈물은
정보다도 강하고
한 핏줄
서로 부르고
찾는 피는
다이너마이트보다도 강하다.
동에서
서으로
서에서
동으로
내는 길은
1981년의 길.
광주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광주로
내는 길은
1981년의 길.
그 새 길을
내기 위해서는
성보다도 강한 눈물로
첩첩 바위를 치고
첩첩 산을 쳐야한다.
다이너마이트보다도 강한 피로써
첩첩 바위를 깨고
첩첩 산을 깨야한다.

<약력>
▲1928년 평남안주 출생
▲1950년『문예』지 추천 등단
▲1959년 한국시인협회 상 수상
▲1980년 대한민국 문학상 수상
▲『사랑을 위한 되풀이』『춘향연가』『속의 바다』『피리』『꿈속의 뼈』등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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