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사무실 방음벽 만든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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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이중으로 막혔네?”

 14일 오전 국회 본청 2층에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실. 사무실과 복도를 잇는 문이 하룻밤 새 나무벽으로 막혀 있었다. 박 원내대표가 다른 출입구를 이용해 전날까지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는데 나무벽까지 덧댄 것이다.

 취임 100여 일간 막지 않고 쓰던 문 앞에 이중으로 나무벽까지 친 건 회의소리가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하려는 조치다. 지난 5일 박 원내대표가 당 비상대책위원회인 ‘국민공감혁신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한 이후 원내대표실에선 세월호특별법 등 현안과 관련한 실무진 회의가 수차례 있었다. 당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가 당 비상대책위원장(국민공감혁신위원장)까지 맡으면서 각종 당무회의가 많아져 보안 유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반발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합의한 사항이 성토당하자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특별법 논의를 중단하고 이 방에서 칩거했다. 중간에 의원들이 들어와 비공개 회의를 진행할 때 취재진이 이 문 앞에 앉아 있었다. 전날엔 이 문밖으로 고성이 흘러나왔다. “나는 그렇게 못한다”거나 “다 때려치는 거다”와 같은 말이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가라앉는다”는 말도 나왔다.

 13일 본회의를 열고 세월호특별법을 처리하기로 했던 약속이 하루가 지났지만 박 원내대표와 이 원내대표는 이날도 만나지 않았다.

 회동 대신 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취임 100일 메시지’를 통해 “저에게 쏟아진 강한 비판이 역설적으로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사라져 가던 관심을 다시 깨웠다는 점에서 감사하며, 언젠가는 국민께서 이해해 주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합의안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박 위원장은 교황 방한이 특별법 처리와 관련한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공항에 도착하자 오전 11시쯤 트위터에 “교황은 한국 방문 전 ‘한국인들이 참사를 계기로 윤리적·영적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인명 경시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고 적었다.

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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