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식 "청해진해운 최고경영자는 유병언"…임원직 진술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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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유병언(73) 청해진해운 회장이 실제 청해진해운의 최고경영자임을 보여주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14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세월호 관련 재판에서 김한식(71) 청해진해운 대표가 한 말이다. 그간은 '회장'이라 불렀다는 사실과 세월호 증·개축 등을 보고한 점 등으로 미뤄 유 회장이 최고경영자라고 짐작했을 뿐이었으나 임직원 진술로 이 같은 사실이 입증된 것은 처음이다.

이 날 재판에서 광주지검 특별수사팀은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이 쓴 사직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지난해 11월 작성한 사직서에는 "세월호를 8개월 이상 운항해 본 결과 항로에 적절치 못한 선박으로 드러났다. 최고경영자의 판단을 흐리게 해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 결과를 낳았다"고 적혀 있다. 김 대표도 사직서를 썼다. 그의 사직서에는 '최고경영자'라는 단어는 없고 "일신상 이유로 퇴직하려 하오니 재가하여 주십시요"는 부분이 있었다.

김 대표는 처음 "(임직원 사직서에 나온) '최고경영자'가 누구냐"는 재판부 질문에 "사장인 저를 말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이어 검찰이 김 대표의 사직서를 가리키며 "누구에게 재가를 받으려던 것인가"라고 묻자 "유병언 회장에게 내야하는 데 제가 갖고 있었다"고 답했다. 임직원 사직서 최종수리자가 유 회장이었다는 의미다. 검찰은 이 말이 유 회장이 최고경영자임을 보여주는 유력한 증거로 보고 있다.

이날 재판에 함께 나온 안모 청해진해운이사는 "최고경영자가 누구냐"는 물음에 "다음에 변호인을 통해 말하겠다"고 김 대표와 다른 답을 했다.
한편 광주지검은 김 대표 가족이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재산을 빼돌린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대표 가족은 지난 6월 3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김 대표 명의의 산을 2억1000만원에 팔았다. 매각은 박근혜 대통령이 청해진해운의 재산 압류를 시사한 담화 발표 뒤에 이뤄졌다.

◇세월호 내부 동영상 복원=충북 청주의 정보기술업체인 ㈜명정보기술은 이날 "광주지법 목포지원으로부터 받은 세월호 내부 영상 기록 하드디스크 2개 중 1개를 복원했다"고 밝혔다. 영상은 세월호 안에 설치된 64개 CCTV에서 녹화된 것이다. 그러나 명정보기술에 따르면 동영상은 침몰 전인 4월 16일 오전 8시30분까지만 기록됐다. 명정보기술 측은 "동영상을 지우려고 손 댄 흔적은 없었다"며 "그날 오전 8시30분쯤 세월호가 정전됐다는데, 그때 저장장치 전원이 꺼진 것 같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청주=최종권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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