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美와 전쟁 생각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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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우리들 중 누구도 바그다드 사수를 위해 총 한번 쏘지 않았다. "

이라크전에서 마지막까지 미군의 공격에 맞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최후의 보루'로 꼽혔던 수만명의 이라크 공화국수비대.

이들은 허울뿐이었으며 사실은 오합지졸 같은 부대였다는 장교의 증언이 나왔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17일 보도했다.

공화국수비대 함무라비 기갑사단 소속의 공병부대를 이끌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이 장교는 인터뷰에서 "공화국수비대는 미군의 사전 폭격으로 궤멸돼 지상전에 앞서 이미 전투력을 상실했다"며 "미군이 바그다드로 진격한 4월 5일 1백50명의 부하 중 1백45명이 도주한 상태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리는 모두 후세인이 미쳤다고 생각했다"며 "병사들은 후세인에 대한 경멸을 자주 드러냈고 국민을 몰살하려 한다고 비난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애초 미국과 전쟁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 믿었다"며 후세인이 이라크 TV에서 승전을 다짐하는 모습을 보고 병사들이 술렁이자 군 간부들은 "전쟁이 일어날 리 없다"며 부하들을 달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병사가 10대였다. (잡히면 큰 처벌을 받게 되므로)어린 그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그들을 잡지 않았다"며 "다른 부대들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결국 1백50명의 부대원 중 나와 함께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5명의 대원도 지난 10일 군복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갔다"며 "부대원 중 누구도 미군에 총을 쏘거나 교전으로 사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공화국수비대의 총지휘를 맡았던 마헤르 수피안 사령관도 전투에 앞서 신변보호를 조건으로 미군에 투항한다는 합의안에 서명했으며 부대원들에게 무기를 버리고 해산할 것을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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