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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실패」보완한 「모방범죄」|완전범죄로 끝날 뻔한 효주양 2차 납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효주양 2차 납치사건 범인 이원석(25)은 초범인데도 1차 납치사건의 문제점을 철저히 연구한 모방범죄인데다 사전에「시나리오」까지 작성, 「시나리오」에 따라 범행에 들어가는 등 완전범죄를 노렸다.
또 범인 이는 사건과 전혀 연관이 없는 제3자 서필규씨(24·경남 김해군 장유면 무계리)를 범행에 끌어들임으로써 경찰수사에 혼선을 빚게 하는 등 교란작전을 꾀했다.
이같은 새로운 유형의 범죄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수사에 나섰던 경찰은 연인원 4만여명의 수사관을 동원했으나 1년8개월 동안 공전을 거듭했다.
범인 이는 79년 3월 효주양을 유괴키로 결정한 뒤 지방신문사인 B일보를 찾아가 1차 납치사건(78년 9월 15일)을 전후한 2개월분 신문을 1천5백원에 구입, 10여일 동안 이 사건 관련기사를 세밀히 검토, 1차 사건 범인 매석환(45·복역 중)이 실패한 원인을 분석했다.
범인 이는 이때 ▲지문 등 유류품 ▲범행차량 번호판과 ▲피해자의 재빠른 신고 등이 범행의 장애요인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자신의 범행 때는 이를 보완키로 했다.
또 범행전 ▲현장약도 ▲도주로 ▲범행차량 교체 및 교체지역 ▲협박 수법 등 범행순서를 일일이「메모」하는 등 군 작전계획과 흡사한 「시나리오」를 작성, 그대로 범행에 들어갔다.
범인 이는 또 현장감을 익히기 위해 자전거를 빌어 2차례나 예행연습을 가졌으며 범행에 사용한 차량은 부산과 거리가 먼 마산시에서 훔치는 등 경찰의 수사 초점을 흐리는데 전력했다.
이와 함께 범인 이는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서씨를 끌어들여 협박장에 서씨의 지문을 미리 찍어「공범」으로 유도하는 외에 협박 금액(1억5천만원)은 필적감정을 못하도록 고무도장을 새겨 찍는 등 교란작전까지 폈다.
또 범행에 사용한 「복서·트럭」을 불에 태움으로써 경찰의 추적을 막았다.
이 때문에 4만여명의 수사관이 1년8개월 동안 원한관계 등 연고감에 근거를 두고 동일수법 전과자·용의자 등 17만6천명을 조사하는 동안 이는 한번도 수사선상에 떠오르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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