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 전략에 이용하려 석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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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북한억류 2백89일만에 풀려난 어선 해왕호선원 23명은 귀환 9일만인 21일 상오 전국 항운 노조 인천지부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살까지 시도했던 억류생활의 나날을 되새기며 자신들을 대남 전략에 철저히 이용하려고 한 북괴의 기도를 낱낱이 폭로했다.
선원들은 북괴로부터 『귀환 후 ▲김일성의 통일방안을 가족부터 교육시키고 여러 사람에게 선전하라 ▲약속된 장소에서 책자를 발굴, 대학교수·지식인·종교인과 「데모」가담학생·노동자·불량배 등에게 우송하거나 껌팔이를 통해 전하라 ▲불평불만자룰 포섭, 「데모」를 일으키도록 하라 ▲대학생을 포섭, 방학때 어선에 태워 월북시켜라 ▲북괴방송을 듣고 여러 사람에게 전파하라』는 등의 지령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북괴는 『김일성의 70회 생일인 82년4월15일전까지는 남한을 꼭 통일시킨다』면서 『남한에 내려가면 자신감을 갖고 김일성의 충성스런 혁명전사로 지시사항을 과감히 실천하라』는 말을 덧붙이더라고 어부들은 말했다.
특히 해왕7호기관장 박충룡씨(31·전남고흥군 봉래면 백양리)는 북괴가 『남한이 해방만 되면 도지사자리를 주겠다』더라면서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납북당시 해왕6, 7호는 백령도 서북방 공해상에 있었는데 북괴정비정의 습격을 받았다고 했다.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절망적으로 생각하게 됐던 이들 어부들은 지난11월초 북괴가 『곧 가게 될테니 기자회견을 잘하라. 그렇지 않으면 보내주지 않겠다』고 해서 돌아온다는걸 알게 됐으며 북괴는 각본을 써주면서 회견 때의 몸짓까지 교육했다.
어부들은 돌아오겠다는 일념으로 회견장에서 열심히 연극을 하면서 처량한 마음에 눈물까지 흘렸다고 지난 일을 회상했다.
이들은 북한에 억류돼있는 동안 아직 억류중인 33척의 우리어부 4백25명중 1명도 만나본 일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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