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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60년」…학로 운허스님 입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현대한국불교계에서 가장 뛰어난 학승으로 꼽히는 운허스님(88·전동국역경원원장·속명 이학수)이 18일0시10분 경기도양주군진접면 봉선사에서 입적했다. 팔만대장경의 번역사업을 평생의 숙원사업으로 삼아왔던 운허스님은 입적하기 얼마전까지도 역경사업에 전념했다.
춘원 이광수의 팔촌형이기도한 운허스님은 평북 정주에서 태어나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국내조직연결에 실패, 30세때 광전에 있는 봉선사에 입산했다. 처음에는 6개월정도 숨어있으려 했으나 그동안 불교에 심취해 불교에 귀의했다.
평소 『나는 이절에서 중이되어 이절에서 죽을 것』이라고 말해봤던 운허스님은 그말대로 봉선사에서 일생을 마쳤다.
『나야말로 나이30에 불교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던 사람이었지요. 역경사업을 하는 것은 다행히 한문을 좀 알기 때문인데 사람들이 추켜 세워주면 쑥스러워집니다』 장대한 8만대장경의 번역사업을 주도하면서도 늘 겸손해 했던 운허스님이었다.
운허스님이 숙원사업으로 삼았던 8만대장경의 번역사업은 현재 거의3분의1이 마무리지어지고있다(3백집 예정에 89집발간).
운허스님이 불경가운데서 가장 아꼈던 경전은 불교의 진수로 일컬어지는 능엄경.
운허스님은 『남에게 알리지 말고 조용히 다비 해달라. 그리고 조계종 장례를 치르지 말고 봉선사장으로 해달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다곤식은 봉선두 앞 경내 화장터에서 22일 상오1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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