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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엄마' 친척 집서 총기 5정·15억 … "유병언 것이라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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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병언(73) 청해진해운 회장의 측근인 ‘김엄마’ 김명숙(59)씨의 친척 집에서 권총·가스총 등 총기류 5정과 현금 15억원이 나뉘어 든 가방이 발견됐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은 “지난 9일 수도권에 있는 김씨 친척 A씨의 집을 압수수색해 권총과 현금을 찾아냈다”고 11일 밝혔다. 검찰은 유 회장 주변 인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얻어 A씨의 집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집에는 손잡이에 2·3·6·7·8번이라고 적힌 종이가 각각 손잡이에 붙은 여행가방 5개가 있었다. 2번 가방에선 5만원권 10억원이, 6번 가방에서는 5만원권 5억원이 나왔다.

또 7번 가방에는 총기류 5정이 들어 있었다. 1정은 4.5㎜ 짜리 스포츠용 공기권총, 2정은 가스총, 나머지 2정은 구식 권총이었다. 실탄은 장전돼 있지 않았다. 같은 가방 안에서는 공기총 탄환으로 쓸 수 있는 작은 쇠구슬과 길쭉한 납덩어리 수십 개가 함께 발견됐다. 검찰 측은 “구식 권총 2개는 진짜 권총인지 모조품인지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총이 유 회장의 것으로 보고 있다. 유 회장이 종종 사격 연습을 했다고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가 진술한 바 있어서다. 7번 가방엔 손도끼와 새총도 있었다.

 다른 가방에서는 장식용 단검과 88올림픽 기념주화, 카메라용품과 옷가지 등이 나왔다. 검찰은 이것들 역시 유 회장의 개인 물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방과 함께 발견된 종이상자에는 신문 기사 스크랩 등 오대양 사건 관련 문건들이 있었다. 오대양 사건은 1987년 경기도 용인의 공예품 공장 ‘오대양’의 구내식당 천장에서 이 회사 대표 박순자씨를 비롯한 변사체 32구가 발견된 사건이다. 사망자는 모두 구원파 신도였다.

 검찰은 김엄마 친척집에서 나온 가방 5개가 유 회장의 도피용으로 마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2·3·6·7·8’이라 적힌 번호가 유력한 근거다. 유 회장이 숨어 있던 전남 순천시 송치재의 별장에서는 4번과 5번 가방이 발견됐다. 이번에 찾아낸 것과 일련번호를 이룬다. 송치재 별장의 가방 안에는 원화 8억3000만원과 미화 16만 달러 등 총 10억원에 가까운 현금이 담겨 있었다.

 가방과 관련, 김엄마의 친척은 검찰에서 “지난 4월 말 김씨로부터 가방을 받아 보관해 왔다”며 “당시 김씨가 ‘유 회장 물건’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4월 말은 유 회장이 신도 집으로 피신한 때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유 회장은 세월호 침몰 사고 사흘 뒤인 4월 19일 일명 구원파의 본산인 경기도 안성시 금수원에서 대책회의를 하고 도피를 결정했다. 이어 23일엔 금수원을 빠져나와 신도 집에 숨었으며, 여기서 다시 며칠을 지내다 5월 초 송치재 휴게소로 옮겼다.

 가방을 맡긴 김엄마는 금수원에서 유 회장이 먹을 음식을 만들어 왔다. 유 회장이 금수원에서 빠져나와 순천 별장에 갈 때도 동행했고, 별장을 다섯 차례 오가며 유씨에게 식사를 전달했다. 유 회장 시신이 발견된 뒤인 지난달 28일 검찰에 자수했고, 그 뒤 불구속 상태에서 세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유 회장의 비서 신모(33)씨의 진술을 토대로 김씨에게 “은신처 마련을 위해 유 회장이 준 3억원을 어떻게 했느냐”고 캐물었으나 김씨는 “돈을 받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곧 김씨를 다시 불러 현금 15억원과 권총의 정확한 출처, 그리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1번 가방의 행방과 내용물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또 유 회장의 도피자금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추적하고 있다.

인천=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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