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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의 시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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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잃어버린 힘. 잃어버린 순결, 잃어버린 자존의 시대, 노·모·넘버원』.
바로 1년전 미국의「워싱턴·포스트」지는 이런 비복조의 기사를 실었었다.
「베트남」에서「앙골라」에서,「이디오피아」에서,「아프가니스탄」「니카라과」그리고 「이란」에서, 미국은 그 모든 것을 잃어만 왔다.『노·모·넘버원!』은 비탄이 아니라 폭로의 소리같기도 했다.
미국의 힘을 상징하던「달러」화도 이젠 평범한 화폐의 하나일 뿐이다. 관광객들 조사 그의 지갑속에서「마르크」화나「엔」화를 더 깊숙이 넣어 두려고 한다.
4년전「카터」가 만면에 미소를 담고「워싱턴」에「데뷔」할 때 미국의「인플레이션」은4·5%였다.
그러나「카터」의 임기 중 그「인플레이션」은 한때 22%를 기록했었다. 지금은 그나마 좀 가라앉아 12% 남짓하다. 『4년전보다 더 잘살게 되었습니까?』라고 외치는「레이건」에게 미국 시민들은 입을 모아 외쳤다. 『노!』. 역시「노·모·넘버원」.
미국에선 요즘『재산업화』(R-eindustrialization)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미국 산업의 생산성 저하, 국제 경쟁력의 약화를 걱정하는 반성의 소리이기도 하다.
여기에 8%에 가까운 실업자들이 길거리에 방황하고 있다.「노·모 넘버원」-.
미국은「워싱턴·포스트」지의 말마따나『불쌍하고 무능한 거인』의 신세가 된 것 같다.
「워터게이트」사건이 터졌을 무렵, 미국인들은 민주국가의 마지막 긍지마저 잃어버린 것 같았다.「카터」는 바로 그런 시대적 분위기가 만들어 낸 대통령이었다.「카터」에겐 만능의 묘약이 오르지『도덕』하나 뿐이었다.
그를 두고 사람들은「펀드엔털리스트」라고 한다. 성경 지상주의라고나 할까.「도덕」이라는 말 하나로 모든 것을 다스리려고 한 것이다.
「워싱턴」의 2백년 묵은 정치적 뿌리마저도 하루아침에「도덕 정치」의 발길에 채였다. 남부「조지아」주의 한 촌「플레인즈」에서「카터」를 따라온 30대의 젊은「모럴리스트」 들이「조지아·마피아」라는 별명을 듣게된 것은 참「아이리니컬」한 일이었다. 도덕 군자의 무리들이 범죄집단으로 불리게 되었으니-.
「뉴스위크」지는「플레인즈」의 이름을 따서「카터」정부를『촌뜨기(플레인)정부』라고까지 빈정됐었다.「카터」의 장점은「모럴리스트」라는 데에 있었지만, 결국은 그 장점이 최대의 약점이 되고 말았다. 자기가 놓은「덫」을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다.
매사에 소극적이고, 주저하는 인상이 그것이다.
『오늘밤 저는 실망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지만, 사람까지는 잃을 것이 아닙니다』역시 그는「모럴리스트」로 종막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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