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반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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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TV 앞에선「카터」와「리건」은 흡사 재판관 앞에 불려나온「피고인」의 모습이었다. 던져진 질문에 답변하면서도 표현하나 하나에 신경을 쓰느라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백악관주인이 되겠다고 장담하고 나선 2명의 배포있는 사나이들이 29일「클리블랜드」에서 열린 TV대결 때 그렇게도 몸조심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계대표로 나온 5명의「패널리스트」뒤에는 모든 국민들의 눈과 귀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TV대결을 지켜본 미국인들은 줄잡아 1억2천만명이 넘는다. 이 많은 심판을 상대로 설득과 호소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 쉽게 터져 나오는「카터」의「스마일」이나 영화배우 시절에 갈고닦은「리건」의 「연기력」만 가지고는 통할수가 없다.
토론이 계속됨에 따라 두 후보는 때로는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때로는 상대방 후보를 적당히 공격하면서 서서히 자신들의「페이스」를 찾아 나갔다. 극히 제한된 시간이긴 했으나 「카터」와「리건」은 서로 하고 싶은 말은 거의 다했고 피차간에 토론결과에 만족한다는 기쁨을 나타냈다.
「리건」은 「카터」를 『돌팔이 의사』라고. 꼬집었고 「카터」는 「리건」이『호전적』이라며 표를 찍지 말라고 공격했다. 그렇게 가시 돋친 언격 공격까지 곁들인 트론을 끝내고서도 두 후보는 뜨겁게 악수를 나눴다. 「페어·플레이」의 정신이 몸에 밴 자연스런 모습이었다.
더욱 흥미있는 것은 TV토론을 보고 난 후의 미국유권자들의 반응이었다. 똑같은 광경을 보고난 시민들은『「리건」이 이겼다』 『「카터」가 잘했다』 『아니다, 무승부였다』는 식으로 제나름대로 열을 올리면서 사후토론을 벌이고 있다.
부부간에도 정반대의 판단을 해서 서로언성을 높이는 장면이 TV에 소개되는가하면 『TV토론을 보고 나서도 아직도 누가 더 못난 사람인가를 구별할 수가 없더라』는 어느 실직자의 넋두리가 화면에서「클로스업」되기도 한다.
그런 민주주의를 누구보다도 자랑스럽게 여기는 미국인들은 그들의 정지수준에 맞게 11월4일 투표장에 나가서 백악관의 입주자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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