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간절한 소망 잊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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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5·17」휴교조치로 문을 닫았던 고록대가 지난달10일 1백16일만에 개강한뒤 38일만에 또다시 문울 닫게 됐다.
지난8일 한국신학대가 학교내 소요사태로 자전휴업한데이어 고려대가 두번째 휴업에 들어갔다.
이같이 대학들이 또다시 휴업사태를 빚는 것은 현시국을 감안할때 매우 불행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은 지난붐의 학원소용돌이이후 모처럼 얻어진 면학의 기회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여건이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많은 사람들은 상아탑의 이상추구와 국내외의 냉엄한 현실이 빚은 갈등때문에 이같은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보고있으나 지금의 상황이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사실을 학생들이 제대로 인식해주기를 바랐다.
학생들의 행동적 의사표시가 때로는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던 지난날의 역사를 볼때 이같은 사태는 결코 옳은 방향으로만 유도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는 것이다.
주부 정실영씨 (43·서울 홍제동 21의2)는 『10·26사태이후 겨우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또 이런 사태를 빚었다니 안타깝고 불안하다. 그동안 수업을 못해 가뜩이나 손해가 많은데 또 교문을 닫게돼 걱정』이라고 했다.
상인 최우일씨 (54·서울 휘경동 183의236)는 『불경기로 장사가 안되고 농사와 석유문제도 불안한데 사회불안까지 겹치게 되니 걱정이다. 제발 안정을 되찾고 학생등 각자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변호사 오제도씨 (60·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79동405호)는 『장래 지도자로 커야할 학생들이 면학에 전념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지만 하다』며 『정치나 사회문제는 경험이 많은 정치인이나 사회지도층에 맡겨야 한다. 「오일·쇼크」와 「이란」, 「이라크」전쟁, 북괴의 도발위험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있는 우리나라에 혼란이 가중된다면 손해가 있을뿐』이라고 했다.
국민대 김용전 교무처장은 『대학의 문이 다시 닫혀 불행하게 생각한다』고 걱정하고 『모든 국민들은 안정을 원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공부할 수 있는 차분한 분위기를 바라고 있는 줄 안다』고 했다.
의사 이문호 박사 (58·서울대병원 암연구소장)는 『각 대학에서 면학분위기가 차츰 조성돼 가고 있는 이때 일부대학의 소요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60연대 동경대생들의 소요로 학문연구가 10∼20년이나 뒤떨어졌다는 보고가 있다.
대학은 학문연구의 전당으로 이를 지키기 위해 학생· 교수· 학부모가 모두 힘을 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대3년 김덕진군(25)은 『대학생만이 주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지난 학기중 1백여일을 학교밖에서 배회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더이상 학교문을 닫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기계수리공 허현씨 (27·서울 신정동 135의121)는 『학생들이 너무 성급한 것 같다. 시국이 불안하면 우리 서민층은 생계가 불안해진다. 인내를 갖고 기다리며 밝은 사회를 이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정관씨 (30·L상사수출부사원)는 『국내외의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경제가 호황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때 학생들의 소요가 경제의 진로에 장애가 된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성급한 개혁보다는 점진적 발전을 향해 실력향상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박성우씨 (42·식당업·서울 정릉동 260의83)는 『서민경제가 안정돼야만 전체경제가 회복되는데 그동안의 사회불안과 학생소요로 장사가 잘 안돼 걱정이다.
그러나 5·17이후 생각보다 빨리 사회가 안정돼 가고있어 상인들은 서민경제가 다시 회복되리라는 기대에 부풀어있다. 그러나 다시 일어난 학생들의 소요움직임은 서민들의 이런 기대를 저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사회안정을 위해서 자체와 자각으로 면학에 힘써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수한씨 (38·청소부·서울 하월곡동)는 『새벽부터 길거리에 나와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바람은 사회가 안정돼 잘 사는 것뿐이다. 지난번 「데모」때 학교앞길에 버려진 돌들을 치우느라 밤낮없이 고생이 많았다. 그러나 그동안은 학교앞길을 쓸면서 이제는 학생들이 조용히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데모」가 일어났다니 놀랍기만 하다.
학생들은 국가가 어려운 시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하루빨리 정상을 되찾아 열심히 공부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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