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통 살인' 이씨 "남편 너무 사랑해서 시신 보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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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사랑해서 시신을 고무통에 보관했다."

경기도 포천시 고무통 시신 사건의 피의자 이모(50·여)씨가 경찰에서 이런 진술을 했다. 10년전 자연사했다고 주장한 남편(51)의 시신을 10년 동안 보관해 온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8일 포천경찰서에 따르면 이씨는 경찰에서 "(10년 전)자고 일어나서 밥 먹으라고 (남편을) 깨웠더니 몸이 차가웠다. 흔들어 보니 죽어 있었다"고 말했다. 사망 원인은 "모르겠다"고 했다. 남편에게 지병은 없었다고 한다. 이씨는 이어 "세상 물정에 어두워 사망 신고 방법을 몰랐다"며 "시체 옆에서 2~3일 울고 보니 부패해서 그 위에 이불을 덮은 뒤 끌어서 베란다에 놨다"고 진술했다. 그 뒤 큰 아들에게 남편의 사망 사실을 알리고 "이걸 작은 방 고무통에 옮겨 두자"고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날 이같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은닉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씨가 내연남 이모(49)씨를 살해하고 사체를 숨겼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하지만 남편 박씨에 대해선 살해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자연사했다"는 이씨의 진술을 뒤집을 증거가 없어서다.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젹용은 8세 아들을 2달간 집에 홀로 남겨 두고 방치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이씨가 내연남을 지난해 5월 살해한 것으로 추정했다. 내연남은 지난해 5월 20일 이씨와 함께 다니던 포천 시내의 과자 공장에서 퇴사해 같은 날 시내 병원에서 비염치료를 받은 뒤 행적이 끊어졌다. 피의자 이씨는 애초 내연남을 "올 4~6월 사이에 살해했다"고 했으나 그 뒤 "지난해 5월"로 진술을 바꿨다.

당시 내연남과 함께 짐으로 와서 술을 마셨다고 한다. 둘은 이야기를 하다 돈 문제 때문에 다투게 됐고, 내연남이 피의자 이씨에게 욕설을 하고 먼저 뺨을 때렸다. 이에 이씨는 내연남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때리고 밀쳐 넘어뜨렸다. 그러곤 배 위에 올라타서 목을 조르고 주변에 있던 스카프로 목을 감아 질식하게 했다. 이후 얼굴에 랩을 수차례 감았다고 한다. 이씨는 내연남의 시신을 고무통에 집어 넣고 덮개를 덮은 뒤 9.5kg 소금포대를 그 위에 얹었다.

경찰은 “아직까지 증거를 찾지 못했으나 남편의 사망 원인에 대해 계속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포천=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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