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의 낡은「프로」 재탕은 개선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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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1주일은 공휴일이 자주 들어 낮 방송도 많았고, 개헌안이 공포됨에 마라 국책홍보 성격의 특집「프로」도 많았다.
「텔리비전」을 보면서 언제나 느끼는 바이지만 휴일의 종일 방송의 내용이 언제까지나 재방송이나 낡은 「필름」의 재탕으로 나가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지난달 30일 반상회 날「텔리비전」3국은 개헌안의 골격이 중심이 된『오늘은 반상회 날』 이란 임시특집을 만들어 똑같이 방송한 바 있다.
TBC· KBS· MBC등 3TV국의 「탤런트」를 동원, 지금까지의 직접적인 방식을 지양하고 가급적 부드러운 효과를 노린 듯한 접근방식을 썼다.
국민의 관심사이면서도 딱딱한 내용에는 회피현상을 나타내는 「미디어」의 강제성을 감안한 기교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과연 개헌문제가 하나의 문화영화 「패턴」처럼 평소 연속극에서나 대해온 「탤런트」의 입을 통해 일종의 설득 「커뮤니케이션」으로 나타났을 때 「메시지」에 대한 신뢰감이 높았을까 하는 점이다.
○…민방보다 뒤늦게 개편을 단행한 KBS TV가 의외로 발전적인 면모를 대담하게 보여주는 면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고무적인 현상은 새로 생긴 「프로그램」의 「포맷」에서도 볼 수 있지만 유일한 매일 극이자 목적 극인 『계절풍』 까지 종래의 모습에서 크게 한 발짝 앞서고 있다.
반공이란 차원을 코앞에서만 보지 않고 멀리는「이데올로기」의 생성과정에서부터 냉엄한 현실까지를 느끼게 하고, 주인공 이세훈 교수 (김홍기 분) 의 주변에서 전후세대가 모르는 밑바닥을 들춰 보이면서 그 방법 또한 농축된 「멜러」성을 채택해 거부반응 없는 목적 극으로 이어가는 편이어서 오히려 작품도 작품 같고 설득력도 강하다.
이것은 원작을 잘 요리한 각색자의 솜씨에도 있겠고, 무엇보다도 많은 손님을 불러 앉혀놓고 얘기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점에서 하나의 시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TBC-TV가 상업방송의 특징을 살린 도시 위주의 편성이라면 KBS-TV는 전국을 상대로 하는 공영체제를 굳혀 가는 편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비해 현재 가장 어정쩡하고 특색 없는 편성은 MBCTV가 아닌가 싶다.
교양이나 오락 어느 한쪽도 제 구질을 하는 것 같지 않은 편성상의 퇴보에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매일 밤『퀴즈공방전』을 편성하고 심지어 수요일에는 『퀴즈특급』까지 있어 전파낭비의 느낌까지 든다.
우선 급한 대로 얄팍한「퀴즈」로 교양을 대신하려는 태도를 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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