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없는 20개월, 연금개혁 '골든타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청와대는 앞으로 20개월의 ‘무(無)선거 기간’에 군인·공무원연금 개혁 추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016년 4월 20대 총선까진 대규모 선거가 없다. 평소 같으면 100만 명이 넘는 공무원 표 때문에 꺼내지 못할 민감한 이슈를 다룰 때가 지금이라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7일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공적연금 개혁은 집권 2년 차에 규제 개혁 등과 함께 꼭 성과를 내야 할 사안”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지금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대국민 담화 발표 때 3개 공적연금에 대한 개혁 의지를 밝히며 “내년에 재정계산을 다시 실시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안도 개정하겠다”고 했다. 재정 재계산은 공무원연금 기금 고갈 시점 등을 분석하는 작업이다. 당초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는 시급히 추진해야 할 핵심 과제 리스트에 연금 개혁을 올리지도 않았으나 박 대통령이 밀어붙였다.

 박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문제를 느끼고 있었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던 2006년 1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을 국민혈세의 부담으로 (메우면서) 언제까지나 개혁을 미룰 수는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안전행정부는 올 초부터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만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혁안의 내용은 대통령이 밝힌 개혁 의지를 실천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4월 활동을 시작한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위원장 이한구)도 자체 공적연금 개혁안을 만들고 있다.

 다만 역대 정부의 실패사를 감안하면 연금 개혁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박근혜 정부 또한 공무원의 집단 반발을 걱정하고 있다. 당장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 등 구성원 대다수가 예비 공무원연금 수령자인 이해당사자다. 여권은 이미 6·4 지방선거 때 공무원 유권자가 대부분인 세종시장 선거에서 패하면서 공무원의 반발심리를 확인했다. 세종시는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정치 생명을 걸고 막아낸 까닭에 대선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지역이었다. 하지만 청와대가 관피아(관료 마피아) 개혁을 추진하자 세종시의 표심이 달라진 것이다. 청와대가 개혁의 적기로 ‘무선거 기간’을 택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허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