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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뻔한 바다는 싫어 '펀한' 동해로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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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 가면 놀거리가 널렸다. 와이어에 몸을 싣고 바다 위를 나는 집라인 ‘아라나비’는 강원도 강릉항을 찾는 20대 관광객에게 큰 인기다. 

동해로 갑시다. 여름이니 바다로, 바다라면 역시 동해가 최고라는 케케묵은 얘기 정도로 꾈 요량은 아닙니다.

평소 동해안에 대한 낭만을 품고 살다가도, 정작 여름 휴가 땐 망설여지지 않던가요. 암요, 휴가지를 고를 때도 당연히 이상과 현실의 틈이 존재합니다. 피 같은 휴가를 순전히 바다의 낭만을 위해 투자할 수야 있나요. 놀거리의 종류와 스릴의 정도, 안전과 청결 등만 따져봐도 퍼뜩 동해보다 괜찮은 휴가지가 줄줄이 떠오를 법합니다. 굳이 물장구나 치려고 교통대란과 바가지요금을 감수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하나 굳이 동해안으로 떠나보라고 등 떠밀 참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동해안에도 스릴이,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문화가 있어서 하는 말입니다.

동해안이 달라졌습니다. 이제 강원도 강릉항 주변은 물 한 방울 안 묻히고도 피서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요즘 이곳에선 항구나 해변보다 커피거리와 레저시설 집라인(Zip Line)이 더 ‘핫’합니다. 해변 전망 좋은 커피가게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집라인을 타고 바다 위를 나는 젊은이가 허다합니다.

파도가 드세기로 유명한 강원도 양양 죽도해변에선 서핑이 대세입니다. 2년 사이 서핑 숍이 하나 둘 생겨나더니, 지금은 맨몸으로 수영하는 사람보다 서핑 보드에 올라 파도를 즐기는 사람이 더 많아졌습니다. 비키니 선탠 해변을 따로 갖춘 강릉 사근진해수욕장, 바다 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카누를 탈 수 있는 강원도 삼척 장호항, 바다 위 대형 낚시터에서 망중한을 느낄 수 있는 경북 울진의 해상낚시공원도 빠질 수 없습니다.

이번 주 week&은 동해안에서 즐기는 색다른 피서법을 소개합니다. 아직 휴가 전이라면 동해안을 몸소 재발견해보시지요.

파도타기 ‘와우! 신나요’ 비키니 선탠 ‘옴마! 멋져요’
동해안 바캉스 명소 베스트 7

여름바다는 빤하다? 아니다. 바다에 풍덩 뛰어드는 게 여름바다의 다가 아니다. 파도에 몸을 싣고 서핑하기, 바다 내려다보며 허공을 가로지르기, 수평선과 나란히 달리는 레일바이크 타기 등등 동해바다에는 특별한 놀이 방법이 있다.

올 여름 바캉스를 책임지고 있는 동해바다의 일곱 명소를 소개한다.

동해안 서핑 천국
양양 죽도해수욕장

강원도 양양 죽도해수욕장은 해변 근처에서 큰 파도가 생겨 서핑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강원도 양양 죽도해수욕장은 동해안 최고의 파도타기 명소다. 수심이 일정하고 얕아 먼바다부터 밀려온 큰 파도가 해변 가까이에서 부서지기 때문이다. 제주 중문해수욕장, 부산 송정해수욕장 등보다 아직 덜 알려져 있다지만, 그런 만큼 인파를 피해 여유롭게 서핑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바다로 나가면 숲으로 우거진 죽도와 방파제, 드넓은 바다와 2㎞ 길이의 백사장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어 눈도 즐겁다.

사실 서핑의 계절은 여름이 아니라 가을과 겨울이다. 한여름엔 파도가 작고 바람이 약해 서핑의 스릴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하나 반대로 여름은 파도가 잔잔해 초보자가 안전하게 서핑을 배우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이 된다. 여름 피서철에 우연히 서핑을 배워 9~2월에 파도를 타겠다고 다시 죽도 해변을 찾는 이들도 많다.

죽도해수욕장이 서핑 매니어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 2년 사이 서핑 숍 10개가 연이어 들어섰다. ‘씨맨 스쿠버&서핑’(010-2566-3776)을 비롯해 서핑 숍 대부분이 강습과 장비 대여를 겸하고 있다. 초보자는 안전 수칙, 파도 보는 법, 균형 잡기 등 강습을 받아야 장비를 빌릴 수 있다. 서핑 보드를 하루 빌리는 데 3만~4만원이 필요하다. 초보자는 강습료, 장비 대여료 등을 포함해 6만원 정도면 한나절 서핑을 즐길 수 있다.

비키니 해변이 생겼어요
강릉 사근진해수욕장

지난해 이색 테마로 화제가 된 해수욕장이 있다. 애견전용 해변을 따로 운영해 애견인 사이에서 대박을 친 강원도 강릉 사근진해수욕장이다. 이 사근진해수욕장에 지난달 11일 애견전용 해변 대신 비키니 선탠 해변이 새로 생겼다.

비키니 선탠 해변이라 하니 유럽이나 호주 등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누드비치가 연상된다. 비키니 선탠 해변엔 어른 키 높이 만한 차단벽이 세워져 있어 독립된 공간에서 선탠과 해수욕을 하는 기분을 낼 수 있다. 누드까지는 아니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선탠을 즐길 수 있어 젊은이에겐 해수욕장 개장 전부터 소문이 퍼졌다. 주말마다 젊은이 수백 명이 찾고 있다.

1000㎡(약 300평) 넓이의 공간에 선베드 200개, 평상 30개, 파라솔 300개 등 선탠 시설을 갖췄다. 주변으로 큰 건물이나 나무가 없어 햇빛을 바로 맞을 수 있다. 10명이 한꺼번에 모래찜질을 할 수 있는 미니 찜질터, 매점, 샤워실, 선탠 해변 전용 주차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름은 비키니 선탠 해변이지만 비키니를 입지 않아도 입장할 수 있다. 해변 입장료는 없다. 선베드·평상·파라솔 하루 대여비 각 1만원. 태닝오일 등 피부 용품은 판매하지 않는다. 오전 9시~오후 6시. 오는 25일까지만 운영된다. 비키니 선탠 해변 위원회 손수일 010-3362-0506.

오토캠핑의 메카
동해 망상해수욕장

강원도 동해 망상해수욕장은 명실공히 국내 최대의 오토캠핑 명소다. 2002년 국내 최초로 조성된 자동차 전용 캠핑장 망상오토캠핑 리조트(campingkorea.or.kr)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여전히 해변 캠핑장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캐러밴 83동, 오토캠핑 사이트 10개 면을 비롯해 캐빈하우스·게스트하우스·아메리칸코티지 등 숙박시설 59동을 갖추고 있다.

망상오토캠핑 리조트는 캠핑 사이트가 백사장과 맞닿아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 수 있을 만큼 바다 가까이에 텐트를 칠 수 있다. 소나무숲과 광활한 동해바다, 2㎞에 이르는 백사장 등 주변 경관도 빼어나다. 다목적구장·족구장·정자·산책로·카페테리아 등 체육·편의 시설도 잘 돼 있다.

망상오토캠핑 리조트는 자리 경쟁이 치열해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올해는 그나마 경쟁이 덜한 편이다. 최근 개장한 제2오토캠핑장 덕분에 사정이 나아졌다. 기존 캠핑장에서 약 1㎞떨어져 있는 제2오토캠핑장에는 캐러밴 41동, 오토캠핑 사이트 93면 등 캠핑시설이 마련돼 있다. 오토캠핑 사이트는 개장했지만, 캐러밴은 순차적으로 운영이 진행 중이다. 망상오토캠핑 리조트는 홈페이지를 통한 예약제로만 운영된다. 오토캠핑장 1만1000원부터, 캐러밴 5만원부터. 033-539-3600.

바다 위에 떠 있는 낚시터
울진 해상낚시공원

대게의 고장 경북 울진 거일리에 국내 최대의 해상 낚시터 ‘울진 시범 바다목장 해상낚시공원’이 있다. 바다목장은 수산자원 증대, 관광객 유치 등 어촌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서 벌이는 사업이다. 현재 태안·여수·통영·제주 등 전국 5곳에 시범 바다목장이 있는데, 울진 해상낚시공원이 가장 크다.

후포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5분 정도 북쪽으로 달리다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멀리서 보면 바다 위에 나뭇가지 형태의 방파제가 펼쳐져 있는 모양이다. 해상낚시공원은 잔교·해상산책로·포토존을 비롯해 모두 470m 길이로 조성돼 있다. 그물 형태의 철제로 돼 있어 바다를 그대로 내려다 볼 수 있다. 낚시터는 해수면으로부터 평균 3~8m 위에 설치돼 있다.

울진 해상낚시공원은 지난 5월 20일 개장해 6월 25일까지 약 한 달간 6000명 이상이 다녀갔을 만큼 낚시 매니어의 반응이 뜨겁다. 이달 말까지 감성돔·부시리·방어·놀래미·고등어 등이 많이 몰리는데 졸복어가 가장 많이 올라온단다. 동해바다의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산책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일반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유료화가 진행 중이나 현재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오전 8시30분∼오후 5시. 울진 시범 바다목장 해상낚시공원 054-288-2720.

투명카누 뜨는 바다
삼척 장호항

강원도 삼척 장호1리는 동해안의 대표적인 어촌체험마을이다. 청정 해산물이 풍부한데다, 해양레저 체험에 적합한 지리적 조건까지 갖췄다. 장호항 앞으로 큰 바위들이 진을 치고 있는데, 수심도 얕고 파도도 거세지 않아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장호항에서 인기있는 놀거리는 ‘투명카누’다. 투명한 강화플라스틱으로 제작돼 배 아래를 훤히 들여다 보며 바다 위를 노닐 수 있다.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타는 법이 쉽고, 위험 요소가 적어 어린이가 체험하는 데에도 큰 부담이 없다.

투명카누는 장호1리 어촌체험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된 2008년 도입됐다. 지금은 옆 마을 장호2리에서도 투명카누를 운영 중이다. 장호1리는 바위로 둘러싸인 장호항 앞바다가, 장호2리는 장호해수욕장이 체험 무대다. 장호항엔 2인승 카누 20대가, 장호해수욕장엔 4인승 카누 8대를 포함해 카누 25대가 마련돼 있다. 그밖에 고무보트 위에서 파도를 타는 바다 래프팅, 청정 바닷속을 감상하는 스노클링도 즐길 수 있다. 투명카누 2인 2만원, 래프팅 8인 5만원, 스노클링 1인 1만원. 예약은 받지 않는다. 장호항(070-4132-1601, 장호어촌체험마을) 오전 8시~오후 7시, 장호해수욕장(010-5373-4339, 장호2리 김원규 어촌계장) 오전 9시~오후 8시.

수평선 옆 레일바이크
강릉 정동진

해돋이 명소 강릉 정동진에 레일바이크가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개통한 ‘정동진레일핸드바이크(sunbike.kr)’다. 해안 레일바이크로는 삼척해양레일바이크가 먼저 생겼지만, 정동진레일핸드바이크는 바다를 더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백사장 바로 옆으로 레일이 깔려있어 바다를 코앞에 두고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다.

정동진레일핸드바이크는 모래시계공원∼정동진역 등을 지나는 왕복 5㎞ 코스로, 약 50분이 걸린다. 반환점인 ‘바람안은 마당’엔 차를 마시며 쉬어갈 수 있는 열차모양의 전망 카페가 마련돼 있다. 2인승 20대, 4인승 30대 등 모두 50대가 마련돼 있다.

정동진레일핸드바이크는 여느 레일바이크와 작동방식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다. 전동 기능을 탑재해 굳이 발을 구르지 않더라도 스위치만 올리면 자동 운행이 가능하다.

정동진역과 바람안은 마당 쪽에 일부 오르막 코스가 있지만 장애인·노약자도 쉬 오를 수 있다. 4인승 차량엔 국내 레이바이크로는 유일하게 핸들이 달려있어 손을 이용해서도 운전이 가능하다. 매일 오전 9시∼오후 5시, 1시간 간격으로 9회 운행된다. 오는 24일까지는 오후 8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2인승 2만원, 4인승 3만원. 정동진레일핸드바이크 033-520-2523.

동해안을 즐기는 전혀 색다른 방법
강릉 안목해변

강릉 해안에선 갯내 못지 않게 흔한 것이 커피향이다. 강릉항 옆 안목해변에는 해안을 따라 커피가게 26곳이 늘어서 있어 아예 ‘커피거리’라 불린다. 항구와 해변이 코앞인데도 횟집보다 커피가게가 더 많다.

안목해변은 한때 ‘자판기 거리’로 더 유명했을 만큼 커피 자동판매기가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다 사라지고 카페 거리로 완전히 탈바꿈한 상태다. 하나 바다를 벗삼아 커피를 음미하는 문화는 변함이 없다. 여름에도 백사장보다 커피가게가 더 붐빈다. 테라스에서 동해바다의 시원한 풍광을 배경 삼아 커피를 즐기기 위해서다. 안목 커피거리 1세대로 꼽히는 ‘커피커퍼’(033-655-6644)를 비롯해 가게 대부분이 복층구조여서 바다전망도 좋다. 어느 가게든 야외 테라스는 자리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강릉항에서 즐기는 집라인.

강릉항에선 집라인(Zip Line) ‘아라나비(033-641-9002)’도 빠질 수 없는 재미다. 와이어에 몸을 실어 하늘을 횡단하는 공중하강 체험시설 집라인이 강릉항과 남항진해수욕장 사이에 놓여있다.

약 20m 높이에서 300m 거리를 약 45초 동안 건너간다. 바다와 해수욕장, 항구를 내려다보며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비가 오면 운행하지 않는다. 1만3000원(왕복 1만9000원). 오전 9시~오후 6시.

글=백종현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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