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력구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제5공화국 헌법은 여러 가지 새로운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권력구조가 새로이 만들어진 것이 두드러진다.
헌법의 구성요소로서는 정치이념과 원칙을 밝히고 있는 부분과 법 영역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것, 그리고 국가기관의 권능에 대한 부분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정치와 연관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구조이며, 구체적으로 국민의 관심을 끄는 것도 대통령의 권력은 어느 정도이며, 그것을 어떻게 행사하느냐 다.
우리의 헌정사에서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한 기간이 절대적으로 길었고 유신헌법에서 대통령의 권력과 지위가 「신 대통령제」또는 「절대 대통령제」라는 정의가 나올 만큼 막강한 것이었기 때문에 새 헌법에서 권력구조를 어떻게 하느냐라고 하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가 되는 것은 당연하고 새 헌법을 심의하는 과정에서도 이 문제가 가장 뒤로 미루어졌던 것도 그 중요성 때문이었다고 생각된다.
새 헌법은 정부형태로서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때까지 우리가 운영해 온 정부 형태로서 대통령제가 익숙해 있을 뿐 아니라, 우리의 정당 및 의회정치의 여건이 원숙한 의원내각제 정부를 운영하도록 갖추어져 있지 않으므로 대통령제로 결정지은 것은 온당하다.
새 시대에는 정치환경을 완전히 다르게 꾸며가게 되는데 우선 현존 국회와 정당을 해산하고 새 헌법 질서에 따라 신당들이 출현하고 이들이 의회정치에 숙달되기까지에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므로 이러한 경과기간을 잘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도 정치의 구심점으로서 대통령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새 헌법은 대통령제를 채택하면서도 권력관계를 상대적으로 규정하고 상당히 합리적인 상호보완, 또는 견제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헌법이 최고 법규범이긴 하나 정치의 영역을 일일이 규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난날에는 강력한 대통령의 권한을 헌법에 명시하고 이것을 무리하게 현실에 적용하려고 하였기 때문에 독재정치란 비판을 면키 어려웠다.
정치를 잘 한다는 것은 법으로써 다스리기보다는 원만한 인문관계를 유지하면서 협상하고 설복하고 타협하는 것이다.
헌법에 요란하게 강한 권한을 규정하지 않더라도 정당정치를 통해서 능소능대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며, 이렇게 하는 것이 발전된 정치인 것이다.
이와 같이 온건하고 합리적인 정치적 판단이 그대로 새 헌법의 권력구조에 반영되어 있다.
첫째, 대통령은 3권의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분립된 권력의 한 부분을 책임지면서, 나아가서는 국가원수로서 각 권력을 통정하도록 하고있다.
그 전에 국회의원의 3분의1을 지명하는 권한을 가짐으로써 입법부에 직접 개입하던 것과 전반적으로 법관 임면권을 가지고 사법부를 좌우하던 것을 지양하고 국회에 대해서는 해산 권을 행사할 수 있고 법원에 대해서는 대법원장 및 대법원판사를 임명할 수 있는데 그치고 있다.
그것도 일정한 조건을 붙이고 있으니, 국회해산에 관해서는 국가의 안정 또는 국민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할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 국회의장의 자문 및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친 후 그 사유를 명시하여 국회를 해산 할 수 있게 했으며, 그것도 국회가 구성 된지 1년이 경과하지 않으면 할 수 없도록 하고있다.
둘째, 국회가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도가 마련되고 있다. 국회는 특정한 국가의 일에 대하여 조사 권을 가지며,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불신임을 할 수 있다. 국무총리에 대해서는 임명동의를 한 후 1년 이내는 불신임을 할 수 없게 한 것은 대통령이 국회를 그 임기가 시작된 후 1년 이내에는 해산할 수 없게 한 것과 대응된다.
국무총리를 불신임했을 경우 전 내각이 해임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강력한 대행정부 견제장치라고 할 수 있다.
세째, 헌법을 개정하고자 할 때 대통령이 이것을 발의할 수 있지만 반드시 국회의 의결을 거치고 또한 국민투표에 붙이게 한 것도 권력상호간의 보완 및 견제의 효과가 있도록 한 것이다.
네째, 현행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대통령의 긴급조치권을 비상 조치 권으로 바꾸고 그것을 발동시킬 수 있는 요건도 강화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비상조치를 어떤 사태에 대한 예방으로서 할 수 없게하고 한편 국회의 승인을 얻도록 했으며, 승인을 받지 못했을 때에는 즉시 효력이 중지될 뿐만 아니라,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게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검토할 때 새 헌법의 권력구조는 이때까지의 헌법에 비해 손질이 잘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주의할 것은 헌법에 권력관계가·어떻게 규정되어 있든지 간에 실제의 정치와 행정·입법·사법의 운영에서 그 묘리를 찾아 부당하게 행사되는 경우가 없도록 하는 일이다. 【배성동<서울대 교수·정치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