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폐막과 석유 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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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7일 「빈」에서 폐막된 13개 OPEC (석유수출국기구) 확대각료회의는 기준유가를 실시하는 단기적인 사항에만 합의함으로써 우선 회원국간의 분열을 막는 것으로 끝났다.
OPEC의 재상· 외상· 석유상이 3일간 회동한 이번 회의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선진·비산유개도국으로부터 독립한 경제 「블록」형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를 실현하기 위한 장기전략을 세우는데 목표를 두었었다.
그러나 합의벽두부터 강온파간의 대립으로 장기 전략은 뒷전에 밀린 채 당면한 가격체계의 정비를 둘러싼 의견만이 엇갈려 격론을 벌였다.
「사우디아라비아」로 대표되는 온건파는 기준 유가의 정비와 장기 전략아래서의 점진적인 유가인상책을 제시한 반면「이란」등 강경파는 「산우디아라비아」의 상대적인 저유가를 끌어올리고 감산을 하도록 주장했으며 장기적인 유가인상도 OPEC의 필요에 따라 올려가도록 하는 방안을 고집했다.
이러한 견해의 상위는 회의를 결렬위기에 까지 몰고가다가 OPEC의 기준유가를「배럴」당 32「달러」에서30 「달려」로 내려 「사우디아라비아」의 현행 28「달러」를 기준가격으로 올리도룩 하되 감산은 않는다는 단기적인 안협책을 마련했다.
따라서 세계의 원유 수급 및 가격은 금년 말까지 소강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나 앞으로 10월14일 「제네바」에서 열릴 OPEC석유상회의, 11월 초에「바그다드」에서 있을 OPEC수뇌회의, 12월15일「발리」섬의 OPEC총회 등 일련의 모임이 어떠한 전략을 세울지 주목을 끌게 되었다.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연말까지의 OPEC회합을 통해 OPEC의 기본성격을 단순한 「카르텔」조직에서 탈피하여 세계 경제속의 조직체로 탈바꿈하자는 80년대의 장기전략을 구현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OPEC가 구상하는 장기전략이 어떻게 귀결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이나 이번 「빈」회의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등은 장기전략채택에 부심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 장기전략은 큰 수지없이 등장하여 80년대 세계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OPEC의 장기전략은 첫째 가격정책에서는 세계「인플레이션」, 환율조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GNP에 근거한 실질적인 가격인상을 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 산출방식에 따르면 OECD제국의 실질성장율은 연3%, 「인플레이션」은 그의 2∼3배, 거기에 환율변동을 가산하면 석유의 명목가격상승율은 연 10%를 상회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석유가격은 7년 이내에 지금의 두배가 된다.
다음 경제정책 측면에서는 세계경제문제에 OECD와 대등한 「블록」으로서 참가하여 선진국, 비산유개도국과의 대화통로를 넓히면서 발언권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인 수단으로는 비산유개도국에 대한 석유안정공급, 석유수입대전융자 등을 세은, 「유엔」, 국제기관과 협조하여 시행하고 『 「에너지」개발을 위한 공동기금』도 설치한다는 것이다.
온건파는 장기전략을 「빈」회의에 상정했지만 강경파는 가격정책만하더라도 OPEC내의「인플레이션」을 반영해야 한다고 반대하여 행동통일을 끄집어내지 못했다.
그리므로 이제부더는「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대응책이 관심을 모으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의 석유공급이 과잉이라는 일부 산유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원유생산량을 하루 8백50만「배럴」에서 9백50만「배럴」로 늘려왔다. 「이란」의 감산분을 메운다는 이유였으나 그보다는 정리된 원유가격체제로의 복귀를 노리는 수단의 하나였다.
그런데「빈」회의가 장기전략을 외면함으로써「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을 거부, 생산유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것은 세계원유수급 사정을 지속적으로 완화시켜 강경파들에게 장기전략을 받아들이도록 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해석할 수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OPEC내의 진통은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세계석유 사정도 격번이 없는 상태에 접어들 것이 확실하다.
도입원유을 전량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OPEC의 움직임을 세밀히 분석하고 자원외교를 더욱 활발히 전개할 필요가 있다.
OPEC의 장기전략도 비산유개도국을 특별히 배려하고 있으므로 우리에게 불리한 사태가 전개될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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