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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조 돈 쓸 곳은 촘촘 … 재원 마련 계획은 뜬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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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부가 5일 ‘박근혜 표 복지’의 마스터플랜을 확정했다. ‘제1차 사회보장 기본계획(2014~2018년)’이 그것이다. 2012년 대선 공약, 2013년 대통령직인수위 140대 국정과제에서 대강을 담긴 했지만 이번은 그것과 사뭇 다르다.

복지·교육·주택·경제 등의 분야에서 211개 정책을 담았다. 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 등 11개 정부부처가 관여하고 이들 사업에 모두 316조원이 들어간다. 예산만 해도 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공약(135조원)보다 훨씬 많다. 연도별 세부 계획과 예산을 담고 있는 ‘복지 실시 설계도’ 성격이 강하다.

 이번 계획은 박 대통령이 2011년 11월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국회의원 시절에 내놓은 고용과 복지 연계 모형 세미나에서 출발한다. 안종범 현 청와대 경제수석, 최성재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 현 정부의 주요 복지정책 브레인들이 주도했다. 당시 모형을 토대로 2013년 사회보장기본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사회보장 기본계획’ 수립이 의무화됐고 이번에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사회보장 기본계획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생애주기별 사회안전망 구축, 고용과 복지를 연계한 자립 지원정책이다.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고령사회(노인인구 비율 14%)에 진입하는 등 인구 구조 변화에 주목했다. 임신·출산·보육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부터 고위험산모 종합의료센터를 늘리고 난임(難姙) 부부가 냉동 배아를 이용해 인공수정 시술을 할 때 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국공립어린이집을 매년 150개 확충하고, 직장어린이집은 의무 대상 기업의 39.1%에서 5년 뒤 70%로 늘린다. 이를 위해 직장어린이집 용적률을 완화하고 과밀부담금을 감면한다. 현재 7만 명인 육아휴직 근로자를 10만 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내년에 자녀장려세제(CTC)를 도입한다. 자녀 수와 관계없이 연소득이 2500만원 이하이면 자녀 1인당 50만원, 소득이 2500만~4000만원이면 30만~50만원의 세금을 환급한다. 2018년까지 행복주택 14만 호를 공급하고 저소득층 주거비 지원금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출산율을 1.19명(2013년)에서 2018년 1.3명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정부는 매년 예산을 짤 때 이번 계획에서 제시한 사업을 우선적으로 반영하고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반영하기로 했다. 지방정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방소비세 전환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장애인이나 노인양로시설·정신장애인시설 등을 중앙정부사업으로 되돌린다.

 하지만 이번 계획에는 재원 조달방안이 없다. 316조원 중 계속 진행되는 사업의 예산이 얼마인지, 새로 추가되는 게 얼마인지 나와 있지 않다. 재원 조달방안으로 지출 구조조정과 세입기반 확충,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흘러간 옛 노래’를 이번에도 반복했다.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재원 확보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프랑스의 사회보장세, 일본의 소비세 인상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이런 정책 도입에 대해서는 발을 뺐다.

김원득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안정적 재원 마련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하겠다는 의미이지 당장 추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가장 바람직한 사회보장 재원 마련방안에 대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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