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에 역점을-새 장관에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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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새 정부의 출범과 아울러 새 과학기술처장관이 과학기술계를 이끌어 가게된데 대해 우선 축하를 보낸다.
차제에 과학기술계가 안고있는 문제점과 과학기술이 지향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평소과학자로 생활해 오면서 느꼈던 점들을 써보려고한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는 특히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고도의경제성장을이룩했고,중진공업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이제는 중동 등지의 개발도상국에서 과학기술협력을 의뢰해올 정도다.
그러나 우리의 과학기술은 몇 군데 개선돼야할 여지가 있다.
첫째. 그 동안 우리는 중학학공업 위주의 정책에 치중하느라 기초과학연구를 등한히 해왔다.
지난20년간은 도입과학기술을 그때그때 활용하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앞으로는 고도의 정밀기술이 요청되는 관계로 국내자생의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해야만 연구다운연구, 기술다운 기술이 나올 수 있어 선진국과의 경쟁이 가능하다.
그러므르 앞으로 우리과학기술은 학교교육이나 연구기관 등에서 기초과학을 중시하고, 기초과학에 꾸준한 투자와 노력을 경주하는 방향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둘째, 대학과 연구기관의 유기적 협조체제가 잘 안돼 있다는 것이다.
흔히 대학은 인재양성만 잘하면 되고 연구소는 연구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흑배논리를 펴는 이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인력양성과 연구수행은 어느 하나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KIST를 활용해도 좋고, 새로 종합연구소를 발족해 이공계대학과의 분야별 협조 또는 종합운영을 실시하면 앞서 말한 목표달성은 물론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연구풍토도 조성해주는 이점을 갖고 있다.
셋째, 과학기술인의 의식을 고쳐야겠다는 것이다.
내생각, 또는 내분야, 내연구만을 고집해온 관계로 해방 후 35년간 과학기술정책은 정책입안자의 성격에 따라 좌지우지돼, 세계에 자랑할 이렇다할 연구결과가 별로 없었다.
이번 사회개혁을 과학기술계의 혁신을 위한 다시없는 좋은 기회로 받아들인다면 거기서 얻는 이득이 크리라고 본다.
과학기술 정책수립 때에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널리 또 충분히 들어 만들고, 이것을 꾸준히 밀고 나간다면 반드시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한창 성숙기에 있는 중견 과학기술인의행정관리직 진출은 가능한 한 지양돼야겠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인은 연구·실무를 통해 그 이상을 실현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의식이 보편화돼야 참신한 연구와 기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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