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성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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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폴란드」는 전통적인「카톨릭」국가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카톨릭」의 교세는 전 인구의 75내지 80%에 달한다. 한때 이 나라는 97%의 인구가「카톨릭」신자였던 시절도 있었다.
공산정권치하에서 교세는 퇴조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무려1천년을 쌓아온 신앙의 전통이 그리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폴란드」노동자들의 시위사태 중에도 「폴란드」출신의 교황사진이 빈번히 등장했었다. 오히려 무신논의 정치이념이 이들의 신앙심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근육 외지를 보면「폴란드」의「카톨릭」교회가 이번 노동자 시위사태 때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공산정권의 타도를 선동하는 역할을 했을 것 같지만, 실제는 그 반대였다. 의외의 일이다.
우선「폴란드」국민의 정신적 지주인「위진스키」추기경은 공산정권의 요청으로 국민의 자제를 호소하는 방송을 했다. 『노동자들의 요구와 주장은 옳지만 정권과 투쟁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호소였다. 「폴란드」가 누구 때문에 망했다는 역사적 누명을 교회가 뒤집어써서는 안 된다는 신념에서 나온 얘기 같다. 더구나 소련의「탱크」를 불러들이는 비극은 막아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의 호소이기도 했다.
작년6월 교황「요한·바오로」2세가「폴란드」를 방문했을 때도 많은 노동자들은 『우리의「폴란드」는 영원히』라는 국가를 부르며 그를 환영했었다. 이때 공산「폴란드」의 국기를 흔든것도, 인상적이었다.
바로 이번 노동자 시위의 근원지인「그다니스크」교구의「레크·카즈마레크」주교도 역시「위진스키」 추기경과 똑같은 입장이었다. 그는 노동자들에게 『파업의 장기화, 사회혼란, 그리고 형제살육과 같은 사태는 우리사회의 공동선에 위배된다』고 외쳤다. 이들「폴란드」의「카톨릭」성직자들은 모든 노동자와「폴란드」국민들의 괴로움에는 동참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도 자제를 호소한 것이다.
「로마」교황도 역시「폴란드」사태에 깊은 동정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교황 역시 「중도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폴란드」의 더 큰 혼란을 두려워한 때문이다.
「로마」교황「비오」12세의 고사가 생각난다. 그는「나치」나 독재 국의 출현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을 때 침묵을 지켰다는 이유로「유럽」양식인 들의 비판을 면치 못했었다.
후일「비오」12세는 한 측근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단 한사람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서도 누구와도 만나 대화하고 싶었다』
오늘 「폴란드」는 일단 평온을 되찾았다. 파국은 벗어난 것이다. 종교의 참 힘에 새삼 감명을 받게된다. 「폴란드」의 성직자들이 보여준 자세는 사뭇 교훈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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