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다니며 불우 소년에 배움길|인천시 청소과 이경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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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천시 청소과에 근무하는 한 말단공무원이 불우 청소넌들을 위한 배움터를 마련 ,향학의 꿈을 키워주고 있다.
불우 청소년들의 길잡이가 되고있는 공무원은 이경근씨(28·지방행정서기보) .
이씨는 온종일 고달픈 공무가 끝나면 곧장 인천시 숭의동 137 사회복지회관 2층에 있는 인천 복지중학원(원장 이원흥·53)을 찾는다. 40명의 학생들과 공부를 하며 생활한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가난을 이겨가며 고교를 마친 이씨가 복지중학원을 인수, 운영에 나선 것은 77년2월.
이 학원은 당초 67년11윌 문을 열어 그간 6백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나 이씨가 이 학원을 맡았을 때는 심한 재정난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놓여있었다 .이씨는 우선 학생을 모으기 위해 직장이 끝나는 대로 추운 밤중에 길거리에 나가 학생모집「포스터」를 붙였고 부족교사도 수소문해 구했다.
이씨는 혼자서 국어·영어·수학 등 세과목을 가르쳤다. 교사들끼리「일일찻집」 열어 부족경비도 얼마간 마련했다. 그러나 재정난이 여전하던 터에 현재의원장 이씨가 이들의 갸륵한 정성에 감복, 아무 조건없이 운영비 지원을 자원, 재경문제도 웬만큼 해결됐다.
이씨가 하는 일은 교과목을 가르치는 외에도 숱하다.
작년4월 최경왕양(17현재 북인천여고1년)이 수업도중 코피를 흘리며 쓰러졌을 때 이씨는 최 양을 업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78년 6월 전미경양(18·충남논산)이 교통사고로 입원했을 때 이씨는 석달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병원을 찾아 돌보기도 했다.
이씨의 이 같은 극성스런 헌신으로 학행들은 해마다 10여명씩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영예를 차지하고 있다. 우수졸업생도 많아 5회 졸업생인 신동우군(22·연대2년)은 이 학원에서 물상수업을 맡고있으며 7회 졸업생인 조순순양(33)은 경기도 체육회에 근무하면서 저녁에는 학원을 찾아 실업과 주산을 후배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또 교사들 몇몇은 우수학생을 고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지난5월부터 용돈에서 매달 2천원씩을 털어 이제 10여만원을 적립했다.<인천=김정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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