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벌 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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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 속담에『부지런한 물방아, 얼 새 없다』는 말이 있다.『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 잡는다』 는 말은 서양속담이다. 「돈·키호테」도『근면은 행운의 어머니』라고 설파했었다.
동서를 불문하고 근면은 사람의 미덕이다. 1850년대 영국에선『자조논』(셀프·헬프)이라는 책이 일세를 풍미하는 「베스트셀러」였다. 「새뮤열· 스마일」 이라는 사회운동가가 쓴 책이다. 산업혁명이후 영국인들에게 근면정신을 일깨워준 입지훈.
한 사회가 활기에 넘쳐 있을 때는 이처럼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바쁘게 마련이다. 생활자세도 건실하다. 하긴 그래서 생기 찬 사회가 되는 지도 모른다.
요즘 미국의 유력경제지인「월·스트리트·저널」 지가 「갤럽」을 통해 미국회사 7백80개를 대상으로 경영자의 생활자세를 조사한 결과는 자못 흥미 있었다.
하루 8시간,1주 40시간(5일제)노동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사회에서 주60시간 이상씩 일을 하는 경영자가 64%나 되었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12시간쯤 일을 하는 셈이다.
지난 연초 바로「월·스트리트·저널」 지는 이젠 「나」 (me)의 시대가 아니고「우리」의 시대가 되도록 노력하자는 제의를 했었다. 「불황」 과 「사회분열」을 협조로 극복하자는 뜻이다. 요즘 미국직장에선 휴식시간에도 그 자리에 앉은 채 「코피」를 마신다고 한다.
우리의 선입견으로는 서양인들이 첫째 가정, 둘째 개인적 욕망, 셋째 일쯤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는 그 반대인 것이다. 더구나 주40시간이하의 일을 하는 경영자는 1%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의 경제, 미국의 번영, 부국의 저력을 지탱하는 것은 이처럼 사회지도자들의 성실성에 있는 것도 같다.
미국 3대TV의 하나인 NBC-TV도 요즘 『일본은 되는데, 우린 왜 안되나』라는「프로」를 방영해 미국시청자의 관심을 모은 적이 있었다. 생산성향상을 위한「캠페인」의 하나다. 근면이라면 어느나라에도 뒤지지 않겠다는 잠재의식을 보여준 것이리라. 사회지도급인사들이 더욱 그렇다. 「카터」대통령은 주말이면 곧잘 서류가방을 들고 별장행 「헬리콥터」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었었다. 역시 그런 점에서 그는 국민의 환심을 살 수 있었다.
오늘의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의원천은 역시 근면이다. 그것 없이는 새로운 기술도, 새로운 가치도 만들어내기 어렵다.
우리 나라의 경우, 똑같은 소재, 똑같은 기술을 사용해서 물건을 만들어낼 때, 아무래도 일본 보다 그 상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역시 성실과 근면에서 오는 차이일 것이다.
이번 개정헌법에도 전문에「근면한 국민」을 기리는 문구가 들어 있다. 근면이 법으로 지켜질 일은 아니지만 근면 없이는 희망도 없다. 일 벌레가 되는 것은 누구나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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