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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장르 결합한 전시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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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건축, 공연 등 다양한 문화 영역이 결합된 전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6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패션쇼가 열리기도 했다.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도 많다. 미술관이 오감을 통해작품을 느끼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대림미술관은 관객이 작품을 즐기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런던 클라우드 파티’를 열었다. 미술관 한쪽에선 디제잉 공연(위)이, 야외 정원에선 콘서트(아래)가 열렸다.

 승무원 복장을 한 직원이 티켓을 확인한다. 퍼스트 클래스 항공권을 건네받아 입장한다.오늘의 드레스 코드는 ‘여행자’. 문을 열고 들어서면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클라우드’가여행객을 맞이한다. 정원에선 인디밴드의 경쾌한 노래가 울려퍼지고, 다른 한쪽에선 파워풀한 디제잉이 한창이다. 화려한 조명, 흥겨운 사운드에 몸이 들썩인다. 칵테일 한 잔을 손에 들고 이색적인 정취에 빠져 든다.

흥겨운 음악 속에 칵테일 마시며 감상
공항인지 클럽인지 헷갈리는 이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미술관’이다.
 지난달 18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통인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런던 클라우드 파티’현장이다. 클럽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천장에 달린 ‘클라우드’가 톡톡히 한몫했다. 미러볼을 연상케 하는 클라우드는 대림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트로이카: 소리, 빛, 시간-감성을 깨우는 놀라운 상상’ 전시의 대표 작품이다. 구름의 역동성을 표현한 디지털 조형물로, 4638개의 반짝이는 원형 플립장치로 제작됐다. 플립장치는 1970~80년대 기차역과공항에서 발착시간을 알려주는 전광판을 제작할 때 사용하던 전자식 플립도트에서 영감을 얻은 것. ‘철컥’하며 보드 판이 회전할 때 나는 소리가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런던의 아티스트 그룹 트로이카의 다양한 설치작품은 10월 12일까지 대림미술관
에서 만날 수 있다. 대림미술관 고희경 홍보·마케팅 큐레이터는 “트로이카의 작품 클라우드를 공개하면서 작품이 어우러진 특별한 파티를 기획했다”며 “미술관이라기보다 카페에가듯 편안하게 예술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해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미술관 곳곳엔 볼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했다. 트렁크를 끌고 온 여성부터 목베개를목에 두른 커플까지 관람객의 차림새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두영씨가 일일 패션 도슨트를 맡아 모델과 함께 트로이카의 작품을 배경으로 패션과 관련된 이야기도 들려줬다. 전시장 내 정원에서는 ‘여름 캠핑’을 테마로 한 가든 콘서트가 열렸고 D라운지에서는 DJ의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파티에 참여한 김승진(32·경기도 남양주시)씨는 “미술관에서 전시도 보고 음악도 듣는 이색 파티 덕분에 여름밤이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가방 만드는 공구 소리 듣고 디제잉 체험
 같은 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시몬느 백스테이지 갤러리에서는 ‘가방의 소리전’ 오프닝 행사가 열렸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원일 예술감독, 체코의 설치미술가 마이클 클레가와 오세인 작가가 영상·사운드·설치미술이라는 세 가지 예술언어를 결합해‘소리와 리듬을 생산하는 가방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행사에 참여한 원일 감독은 자신의 작품 일부인 가방을 만드는 공구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를 활용해 디제잉을 선보였다. 관객들도 공구를 직접 만져보면서 소리를 듣고 디제잉을 체험했다. 가방이 전달하는 감각적 자극인 ‘청각’에 주목한 이 전시는 이달 말까지 열린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태광그룹 일주·선화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들리는 현대미술 보이는 클래식_블루&D장조’ 전시도 눈여겨볼 만하다. 휴식과 안정을 유도하는 주파수 컬러인 ‘파랑’과 동일한 주파수의 음인 ‘D’를 주 음계로 한 음악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파란색을 메인 컬러로 표현하거나 이미지화한 국내외 현대미술 작품 25점과 함께 D장조 클래식 음악 8곡을 감상할 수 있다. 경희대 미술학부 최병식 교수는 “사회 전반에 걸쳐 ‘융·복합’이 핵심 키워드가 되면서 다양한 영역을 결합한 기획 전시가 많이열리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근현대 미술사를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을 색채와 음계로 접근해 예술과 과학을 접목한 새로운 시도”라고 평했다.

<글=한진 jinnylamp@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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