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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때 포기 연금, 원하면 다시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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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 2005년 3월 A(67)씨와 부인 B(62·여)씨는 협의이혼으로 27년간의 결혼생활을 정리하면서 “각자 명의로 돼 있는 재산은 각자 소유로, 각자 명의로 된 빚은 각자의 책임으로 하자”고 합의했다. 또 이혼 후엔 서로에 대해 재산을 나눠달라고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2007년 4월 60세가 돼 국민연금을 받게 된 A씨는 “이혼할 때 약속한 것”이라며 B씨로부터 ‘연금 수급권 포기서’를 받아 국민연금공단에 제출했다. 공단은 당시 55세이던 B씨는 연금 수령 대상이 아니므로 결정할 것이 없다고 통보했다.

 그런데 포기서까지 써줬던 B씨가 지난해 마음을 바꿨다. 연금 수령 대상이 되자 “전 남편의 국민연금을 나눠 달라”고 국민연금공단에 신청한 것이다. 공단은 이 신청을 받아들여 A씨의 한달 연금 101만원 중 절반에 가까운 48만원을 지급했다. 국민연금법은 5년 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한 후 이혼했을 경우 기간에 따라 배우자의 국민연금을 나눠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A씨는 “이혼할 때 재산 분할 청구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고 이후 당사자(B씨)의 포기서까지 제출했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부장 문준필)는 “B씨는 포기서 제출 당시 수급권 대상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미래에 발생할 수급권을 포기할 수 없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또 “국민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국민연금은 임의로 양도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성격의 연금”이라고 판단했다.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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