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에볼라 통제불능 속도로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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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에볼라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해 1억 달러(약 1030억원)의 긴급 대응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WHO가 세계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 공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지난 1일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코트디부아르 등 서아프리카 4개국 정상회의에서 “이들 4개국에서 지난해 2월 이후 1323건의 감염이 확인되고 729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40년 전 에볼라가 처음 발견된 이후 감염 사례가 가장 많고 발생 지역도 넓어 통제할 수 없는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3일부터 13일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고 있는 영연방경기대회에 참가한 시에라리온 국가대표 선수들이 종적을 감췄다. 시에라리온 산악자전거 대표인 무함마드 톨리는 지난달 31일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선수촌에서도 사라졌다. 그의 룸메이트이자 사이클 선수인 모제스 세세이가 병원에서 에볼라 감염 여부에 대한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였다.

 1일 육상 1600m 릴레이 예선전에 출전할 예정이던 남녀 선수들과 400m 릴레이 남자 선수들도 불참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시에라리온 선수 26명 가운데 절반이 종적을 감춘 것이다. 우니사 딘 카르그보 선수단장은 “에볼라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육상 선수인 지미 토롱카는 “비자가 9월에 만료되는데 그 후에도 더 머물고 싶다”며 “여긴 안전하지만 거긴 위험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에볼라 환자를 돌보다 감염된 미국인 의사 켄트 브랜틀리(33) 박사의 귀국을 놓고 여론이 분열되고 있다. 또 다른 감염자인 낸시 라이트볼(60)도 곧 후송될 예정이다. CNN에 따르면 페이스북 등을 통해 “에볼라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정부가 이를 빌미로 국민을 탄압할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퍼지고 있다.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은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에 파견한 평화봉사단 340명을 전원 철수시키기로 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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