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DNA발견 50주년] 3. '인류의 뿌리' DNA로 추적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8면

1998년 자신이 프랑스 명배우 이브 몽탕의 친딸이라고 주장하는 여자가 나타난 적이 있다. 결국 이브 몽탕의 시신 발굴을 통해 DNA검사가 시행됐고 결과는 생물학적 연관성이 없다고 밝혀짐으로써 노배우는 죽어서도 자신의 DNA를 통해 결백을 입증할 수 있었다.

이처럼 DNA가 우리 생활에서 이용되는 양상은 주로 '개인'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개개인의 질병 감수성을 예측하는 데 사용되기 시작한 DNA검사는 친자감별이나 시신 확인 같은 개인 확인작업에서 특히 정확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미 뉴욕의 9.11사건, 대구 지하철 참사 등 각종 재난사고에서 그 위력을 발휘했다.

DNA검사의 정확성은 과거 꿈도 꾸기 힘든 영역의 연구로 이어져 현재 인류의 기원과 이동경로를 밝히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미토콘드리아 DNA 연구로 현재 유럽의 인구가 몇만년 전에 단지 7명의 여성으로부터 기원한다는 결과가 발표돼 문화인류학계에 DNA 충격을 던져줬다.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 정착할 때까지의 이동경로와 몽골 등 인근 민족과 유전적으로 어느 정도 가까운지 등 고대사의 실증작업 또한 DNA 분석으로 가능하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부 프로젝트로 국내 연구팀에 의해 시도될 예정이다.

최근 전세계에 충격과 공포를 주고 있는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퇴치를 위해서도 DNA는 중요한 도구다.

지난 14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사스의 원인균으로 유력한 변형 코로나 바이러스의 지놈분석을 완성했다고 발표, 사스의 치료법 개발은 급진전을 이룰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변종바이러스, 저항성 병원균 등이 자주 발생해 글로벌화된 현대사회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각종 생물체의 유전체 정보가 축적되고 유전정보의 생산비용과 시간이 단축되면 인류는 미생물과의 싸움에서 보다 강력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유전자 치료와 같이 DNA 자체를 직접 치료에 이용하는 연구결과들도 실용화 단계에 다다랐다.

DNA 백신은 바이러스 등 병원균의 유전자를 포함한 DNA 단편을 인체에 집어넣어 발현시킨 뒤 몸 안에서 항체 발생을 유도,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백신을 말한다. 인플루엔자.B형간염.암.일본뇌염.에이즈까지 DNA 백신으로 손쉽게 치료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DNA의 이용은 단일염기변이(SNP) 등 개인별 유전정보의 확보와 이에 따른 맞춤의학의 실현 가능성에 있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하루에 개인의 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비용도 현재 30억원에서 1백만원 정도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누구나 자신의 유전정보를 담은 칩을 목걸이 혹은 몸속에 넣고 다니며 병원진료시나 응급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경계해야 할 것은 유전자 정보의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등 인권침해의 우려다. 과학적 근거 없이 상업주의에 휩쓸린 '유전자 결정론'을 내세우며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일부의 섣부른 유전자 서비스도 미래의학의 첨병인 DNA검사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오도하고 싹을 잘라버리는 행위가 될 수 있다.

DNA는 생명의 신비를 일거에 밝히고 모든 질병을 해결하는 '만능해결사'가 아니다. 그러나 이제 인체의 신비를 풀기 위해 DNA상의 축적된 정보를 사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미래의학의 대세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서정선 서울대 의대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