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새누리, 재·보선 압승에 취할 때 아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7·30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은 예상 밖의 결과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연이은 인사 파동에다 유병언 부실 수사까지 정부·여당은 헛발질을 연발했고 국민의 가슴은 타들어갔다. 분노에 이어 이렇게 무능한 정부와 여당에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커졌다. 야당엔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였다. 그런데도 여당이 이긴 건 자책골을 연발한 야당 덕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새누리당은 승리의 도취감에 빠질 여유가 없다. 무엇보다 평균 투표율이 30%대 초반에 그친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투표소에 가지 않은 70% 가까운 유권자들 가운데 야당 지지자가 더 많을 가능성을 새누리당은 유념해야 한다. 11대 4란 스코어도 내용을 뜯어보면 아슬아슬한 구석이 있다.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정의당 노회찬 후보에게 929표 차로 승리한 서울 동작을이 그렇다. 노 후보가 단일화 시점을 앞당겨 사표(死票)를 줄였다면 결과는 얼마든지 뒤집혔을 것이다. 다른 수도권 지역에서도 장·노년 세대의 몰표가 아니었다면 결과가 어땠을지 장담할 수 없다. 젊은 층이 많은 수원 영통에서 여당이 적잖은 표 차로 패한 건 청년층의 반(反)새누리당 정서를 확인시켜 준다.

 물론 선거 직후 김무성 대표는 “정부·여당이 잘했다고 표를 주신 게 아니라 잘못을 거울삼아 지금부터 잘하라고 표를 주신 것”이라며 몸을 낮췄다.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면서 이런 겸손을 무색하게 하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선거 다음날 이완구 원내대표는 “야당이 정치적 고려에서 벗어나 법과 원칙에 따라 세월호특별법에 책임 있는 자세로 나와 달라”고 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주자는 야당 안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비춘 것이다. 여야 간에 이견이 있을 수는 있으나 힘이 세졌다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건 승자의 자세가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을 밀어준 유권자들의 뜻과도 다르다. 마지막 순간까지 야당과 대화와 타협의 끈을 놓지 않는 소통의 정치를 해야 세월호특별법을 비롯한 난제를 풀 수 있다.

 여당의 갈 길은 분명하다. 관피아 척결과 인사개혁, 안전 대한민국 건설 등 선거 전 약속한 공약을 글자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실행하면 된다. 고질적인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과감한 탕평인사를 하고, 지역불균형 해소책을 내놓는 데 여당이 주도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또다시 민심과 동떨어진 인사를 하면 ‘안 된다’고 제동을 걸 줄도 알아야 한다. 경제에 진력해 서민들의 살림에 화색이 돌게 하는 것도 중차대한 과제다.

 다음 총선까지 20개월 동안엔 이렇다 할 선거가 없다.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기간 중 대통령과 여당은 국가혁신과 경제 활성화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게 민심의 요구에 답하는 길이다. 여당은 지금 압승에 도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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