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리건」 후보의 정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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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공화당 전국 대회에서 행해진 「로널드·리건」의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은 여러 가지 점에서 주목할만했다. 그의 연설 내용은 「리건」 개인의 정견을 피력한 것이라기보다는 마치 오늘의 평균적 미국인 모두가 느끼고 있는 어떤 「역사적 부흥」에의 몸부림을 반영한 것 같다.
세계 최강의 나라이며 자유 세계 전체의 지도 국인 미국의 국민들은 자기들의 나라가 과연「세계 제일」이란「타이틀」을 더 이상 보유할 수 없는 가고 자문하고 있다.
국토의 면적이나 인구의 규모로 보나, 부와 기술·군사력 또는 정치·경제·사회 제도의 우수성으로 보아 「아메리카」와 그 국민들이 결코 소련과 공산주의 진영에 뒤떨어지거나 밀려날 이유는 없다고 그들은 믿는다.
그런데도 어째서 미국은 「이란」에서 실패했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당했으며 「유럽」에서 불신 당하고 소련「미사일」과「마르크」·「엔」화에 자꾸만 추월 당하려하고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해 「로널드·리건」후보는 그것은 오직「카터」행정부의 잘못된 정책과「리더십」의 결핍 및 나약성 때문이었다고 답변한다.
「리건」 후보는 이어 미국을 다시금 『위대한 나라』,『세계 최강의 나라』로 재건하기 위해 국방력을 강화하고 대소우위를 다지는 한편 서구 맹방과의 관계를 더한층 긴밀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경제 정책에 있어서는 당면의 「인플레」 억제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30%의 감세를 단행하고 이를 설비 투자와 자본 축적의 촉진제로 작용토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메리카」의 현상에 대한「 리건」후보의 이런 진단과 처방이 과연 맞느냐 틀리느냐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유권자들의 판정에 맡길 일이다. 그러나 미국이 당면한 오늘의 어려움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기』인 것만은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선 소련이나 공산주의와의 대결이란 생존의 문제에 있어서 미국은 1953년의 동「베를린」사태서부터 1980년의「아프가니스탄」사태에 이르기까지 계속『소련과의 충돌을 유예시키겠다는 단 한가지 목표 때문에 미국자체의 힘을 서서히 약화시키는』나약한 외교정책을 추구해왔다고「솔제니친」은 지적한바 있다.
동「베를린」에서 그러했고,「애치슨」선언 때 그랬으며,「헝가리」·「체코」·월남·「쿠바」·「앙골라」·「예멘」그리고 요즘엔「이란」에서까지 미국은 특공 작전의 실패라는 어처구니없는 좌절을 맛봐야만 했다. 그래서 「솔제니친」은 어떻게 해서 미국의 상원의원들이「모스크바」를 방문하여 미국 일각의 「전략 무기 제한 협정」 반대론에 대해 오해를 갖지 말아달라고 해명을 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느냐고 개탄했던 것이다.
미국의 이런『나약한「이미지」』에 대해선 서「유럽」맹방들의 정부와 국민들도 깊은 우려와 불안을 느끼는 것처럼 들린다.
서독의「베를린·모르겐·포스트」란 신문에는『「이란」인질 구출작전 같은 것에 실패하는 미국이 어떻게「베를린」을 지켜줄 수 있단 말인가』하는 특파원의 기사가 실려 독자들의 시선을 끈바 있다.
「프랑스」의회에 제출된 국방 보고서의 작성자「장·마리-다이예」도『소국은 이제 소련에 대해 압도적인 전략적 우위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최근 밝혀진 서독국방성의 한 보고서 역시 서구배치 미군사력이 소련에 자꾸만 추월 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대결 상대방과 동맹국들에 이처럼 『뒤로 물러서고 있는 나라』로 간주되고 있다는 것은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그렇게 보이면 보일수록 소련과 공산주의자들은 한치 한치 더욱 다가서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결코 나약한 나라, 나약한 국민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인상을 주었던 적이 있었다면「리건」후보의 말마따나 위대한 미국으로의「이미지」 갱신은 선거가 있든 없든 시급히 서둘러야할 일일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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