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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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바른 기업 풍토를 확립하기 위한 경제계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16일 주요 경제 단체를 중심으로 기업 풍토 쇄신 대회가 열리고 기업 윤리 강령을 채택하는 등, 새로운 바람이 일고있는 것이다.
역사의 한 전환기를 맞아 사회각분야에서 정화 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경제계도 스스로 사회 개혁 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알찬 열매를 거두도록 기대한다.
기업인이 채택한 6개 항목의 윤리강령은 바로 기업에 대한 사회적 요청이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어 주목하게 된다.
즉 국제 수지 방어와「인플레」수속·전문 경영제 도입·노사협조체제 강화·경제질서 확립·정상이윤추구·경제후생의 중대 등을 내세운 기업윤리강령은 그동안 우리의 기업풍토가 어떻게 오염되어 왔나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60년대 이후의 경기 개발 과정에서 한국경제는 경제성장 못지 않게「인플레이션」에 시달려 왔으나 기업은 경영합리화로 원가상승요인을 극소화하기보다는 제품가격에 전가하면서 가격경기를 타는 경향마저 있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제창되기는 했지만, 기업성립의 과정이 일천한 탓에 전문경영인의 양성과 등용은 극히 한정된 범위의 기업에서나 실현되고 있다.
기업경영의 본령은 국민의 부를 축적하고 고용기회의 확대와 정당한 근로소득지불로 원만한 노사관계를 형성해 가는데 있다.
그러나 일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서 볼 수 있듯이 노사관계가 반드시 평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업이 경제단계의 변화에 따라 대형화하고 사업영역을 넓혀 가는 것은 자본제 경제의 속성이며 특징이다.
다만 개도국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인 만성적인 자금부족에다 우리처럼 한정된 인적·물적 자원을 갖고있는 경우는 투자의 경제성 제고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투자, 경제성을 무시한 정책적 투자로 국민경제에 부의 효과를 초래한 시행착오가 되풀이되어 왔다.
그것은 과도한 차입자본에의 의존을 심화시켜 예컨대 상장기업의 평균 자기 자본 비율이 20%선을 상하 하는 기업체질의 약화를 가져오게 했다.
이러한 자금 경영은 정부의 계속적인 지원에 매달리든가 무책임한 투기행위를 조장시켰으며 정상적인 이윤 추구 동기를 무시하게 했다.
지난날 부실기업이라는 대명사를 낳았던 방만한 경영실태가 오늘에는 없다고 과연 단언할 수가 있을 것인가.
물론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해외시장개척에 주력하여 한국경제를 이룩했고 앞으로도 더욱 더 커질 기업 및 기업인의 공헌도를 우리는 모르는바 아니다.
따라서 기업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그대로 지속시키려면 기업인이 다짐한대로 비경제적인 요인들을 과감히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기업의 악태만이 과도하게 노출되어 기업 악덕론이 팽배해진다면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불행한 사태가 연출될 것이다.
기업윤리의 정립이 선언된 것을 계기로 공정하고 건실하며 밝은 기업풍토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기업이 국민적지지 위에 바탕을 두면 당면한 경제난국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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