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부족한 국교들 학부모에 비품요구|페인트까지 "가져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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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민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져오라는 것이 너무많다.
최근들어 국민학교에서 잡부금징수와 같은 부조리현상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나 일부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교실에 필요한 비품·소모품등 갖가지 「물품」을 가져오게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본사가 2일 전국취재망을 통해 종합한바에 따르면 이같은 현상은 대도시 국·사립국교와 「아파트」단지안 국교에서 두드러져 심한경우 담임교사의 도시락을 비릇해 「코피」「콜라」등 청량음료와 두루마리휴지·화분·주전자, 그리고 교실벽에 칠할 「페인트」까지 가져오도록 권유하고있다.
이에대해 학부모들은 재정지원이 부족한 국민학교의 운영상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일부학교에서 나타나는 지나친 물품권유행위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올바른 관계와 명랑한 학교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도 시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S국교 2학년 유모양(8)은 담임교사의 지시에 따라 1주일에 한번씩 교사가 마실「콜라」3병을 들고 등교한다.
유양의 어머니 서모씨(34)는 『담임교사가 넉넉한 집의 어린이들에게 보온병에 「코피」를 가져오라고 부탁했으나 들고다니기가 귀찮아 학교앞 가게에서「콜라」를 사간다』고 말했다.
서울용산구 Y국교 4학년3반 학부모 12명도 매일 돌아가며 「모닝·코피」와 도시락을 담임교사에게 제공하고 있다.
대구시 K국교 1학년의 경우 1개반에 5∼6명의 학생들이 번갈아가며 담임교사의 도시락을 준비해 가고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직접 싸가기가 귀찮아 인근음식점에 주문, 매일 점심시간에 맞춰 배달해주도록 하고있다.
또 일부국교는 매월 한번씩 학력고사·월말고사·그림그리기대회등을 실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10여명씩 뽑아 상을 주면서 상품을 수상하는 학생의 학부모들에게 가져오도록 하고있다.
이밖에 일부국교는 재력있는 학부모들에게 「학급지도위원」이란 감투를 씌워 비품을 가져오게 하기도한다. 부산시부산진구 Y국교는 1학년학부모 이모씨(41)를 학급지도위원으로 뽑은뒤 「오르간」1대를 기증토록 권유, 이씨는 마지뭇해 이를 학교에 사주었다고 했다.
수원시 S국교는 얼마전 1학년 학부모들에게 쓰레기통·물동이·비·걸레등을 한가지씩 분담시켜 가져오도록 했으며 학부모들이 직접학교에 나와 교실벽에 「페인트」칠을 하도록했다.
서울시교위는 이같은 부조리가 아직은 일부교사들에 의해 고개를 들고있으나 더 늘어날 조짐을 보이자 1일 국민학교장회의를 소집, 앞으로 적발될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하고 학부모들도 이러한 사례를 시교위에 신고해 부조리를 없애는데 협조해줄 것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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