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홍강의(서울대 병원. 소아과진료)③|[과잉보호]는 어린이 성격을 파괴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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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즘 우리 주위를 보면 많은 부모들이 아이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전혀 말을 안 듣는다.』『반대로만 한다.』 『원하는 대로 안 해주고는 못 견딘다.』는 것이 주된 호소내용으로 이런 문제를 가진 부모들의 공통점을 보면 대부분 과잉보호경향을 갖고 있다.
소아정신과를 찾아오는 어린이의 50%정도가 1차적이거나 2차적인 과잉보호 문제를 갖고 있다.
그러면 과잉보호란 무엇인가. 진정한 의미의 애정과잉이란 있을 수 없다. 과잉보호란 애정과잉이라기 보다는 부모의 보살핌과 보호기능의 과잉을 뜻하며 어린이의 적절한 행동 통제의 결여를 말하는 것이다.
어린이가 3,4세가 되면 부모로부터 애정뿐 아니라 모든 면에 적절한 통제와 감독을 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시기에 어린이는 자기주장을 내세우고 공격적 충동을 일으키는데 부모의 통제와 감독을 통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옳은 일과 그른 일, 자기 충동의 억제를 배우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잉보호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이 유아기를 훨씬 지나도 계속 유아취급을 해서 품안에서 놓아주려 하지 않고 옳든 그르든 해 달라는 대로 해주며 부모 외의 세상은 위험한 것으로 생각해 조그만 일도 부모의 보호 없이는 못하게 한다. 반대로 파괴적이거나 충동적 행동에는 눈을 감고 제재를 가하려하지 않는다.
이렇게 자란 어린이는 성격이나 행동의 결함을 갖게 되어 부모 말을 안 듣고 제멋대로 행동하거나 항상 거부적이고 자라서도 『버릇없다』 『자기 자신만 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좀더 심한 경우는 자기 충동을 억제치 못해 즉각적인 충족을 요구하며 과잉 공격적인 행동 장애아로 발전하게 된다.
이런 어린이는 가정 내에서는 부모를 자기 마음대로 조정하는 「작은 폭군」이지만 밖에서는 부모처럼 말을 잘 들어주는 이도 없고 무섭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결국 가정으로 돌아와 부모만 괴롭히게 된다.
과잉보호의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가 육아법의 이해부족이다. 아이들은 무조건 사랑해야지 어려서부터 많은 좌절을 경험하면 「노이로제]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무모가 의의로 많다.
둘째 그 어린이의 가족 내에서 특별한 위치 (외아들·막내·유복자·형제사망 등)가 과잉보호를 유발한다.
셋째 2차적인 과잉보호로 어린이의 신체이상·뇌 손상· 허약체질 등 만성병이 있을 때도 과잉보호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2차적인 과잉보호는 신체상 질병은 해결되어도 성격·행동장애는 남게 된다.
넷째 어머니자신의 육신 장애나 애정결여 (가정불화·남편의 외도 등)로 인해 어머니의 주된 애정공급처가 자식일 경우다. 이때에 자식에 대한 헌신적인 노력은 사실상 자신의 필요 때문이지 자식을 위한 것은 아닌데도 자식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이러한 원인으로 일어나는 과잉보호가 중 정도일 때는 육아상담·아동상담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심하고 오래되어 성격·행동장애로 나타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한다.
그러나 최선의 치료는 예방이므로 어린이에게 충분한 애정과 함께 개체성확립·자기 통제능력을 길러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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