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임·실업의 경제적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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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불황의 심화와 더불어 노임 체불·현물 급여·해고 등의 사태가 늘어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임금 쟁의가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는가 했더니 이젠 대량 실업의 암운이 급격히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제2의 「오일·쇼크」로 인한 물가고 때문에 정액 봉급자들이 무척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여기에 실업의 위험까지 겹쳤으니 보통 심각한 사태가 아니다.
노동청에선 이미 부당 해고·체임 등을 못하도록 강력한 행정력을 펴고 있고 경찰에서도 근로자의 신고를 받아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한다.
불황을 틈탄 악덕 기업주가 아주 없지도 않으리라는 전제에서 노동청은 물론 경찰 당국까지 근로자들의 권익 보호에 적극성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사태가 단속의 차원으로 수습될 수 있는 것인가.
「오일·쇼크」 등으로 인한 경제의 어려움은 정말 심각하다.
이미 작년부터 경제 위기가 시작되었지만 그동안 실업 등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정부 당국에의 강력한 행정력으로 근로자 해고 등을 막은 데다 기업 측에서도 경기 호전의 기대를 걸고 어떻게든 견뎌보자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거의 한계에 왔다. 경기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불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세계 경제 추세로 보아 단시일 안에 경기가 호전될 기미는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큰 기업들도 하나둘씩 흔들리고 있으며 그 여파로써 실업 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보다 오히려 앞으로의 일이다. 지금은 문제의 시작 단계라 볼 수 있다.
가동률 저하와 판매 부진·재고 누증 등이 겹쳐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해 유휴 인원을 계속 안고 있으라는 요구는 무리다.
기업 인건비의 비중이 금리 부담보다도 적은 것은 사실이나 금융비용은 앞으로 늘 수밖에 없는 형편이므로 감량 경영의 돌파구를 인원 감축에서 찾으려 할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 압력은 워낙 강해서 정부 당국의 개인이나 단속으로 막아지기는 불가능 할 것이다.
따라서 실업이나 체임 등은 단속적인 차원보다는 경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무리 해고를 못시키게 하거나 임금을 제때에 현금으로 주도록 단속해 봐도 그 실효엔 한계가 있는 만큼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 그 원인을 풀어주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 원가 중 임금보다도 더 큰 비중을 정하는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해주거나 기업의 제 낭비를 배제하고 노동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제도적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나 기업이나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노임 「코스트」나 노사 관계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공업화에 따른 근로자 비중의 증가로 노임 「코스트」나 노사 문제는 경제적·사회적으로 매우 중대한 문제가 된다.
이제 까진 항상 호황만 계속된다는 전제에서 노임 문제에 대응해온 느낌이다. 노동 생산성을 위한 인적·물적 투자에 너무 소홀했으며 노임 「코스트」에 대한 진기한 연구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태를 좋은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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