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냉장고가 안 팔린다|판매량 작년의 50%…올리기 전값 받아 이중가 형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무더위가 다가와도 여름철 성수품인 선풍기와 냉장고가 팔리지 않는다.
예년보다 한달이나 빨리 수은주가 섭씨 30도를 오르내린 6월에 들어서도 서울시내 가전제품장에는 계절상품을 사려는 고객의 발길이 뜸해 매기가 지난해보다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예년 이맘때 하루평균 20∼30대씩의 선풍기를 팔았던 서울시내 가전제품 대리점은 하루 5∼8대 팔기가 일쑤이며 냉장고와 「에어컨」을 1대도 팔지 못한 가게가 많다.
또 모처럼 들른 손님을 놓치지 않기 위해 대부분의 점포에서 고시가격보다 2천∼3천원 밑도는 헐값에 팔아치우고 있다.
선풍기보다 고급상품인 냉장고는 매기가 더 떨어져 판매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선에 머무르고 있으며 「에어컨」은 아예 찾는 손님이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시판부진에 일부 대리점은 문을 닫기도 하고 대부분의 「메이커」에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데 지난해보다 냉장고는 2백43%가 많은 11만7천6백대, 「에어컨」은 4백77%가 늘어난 2만3천9백대, 선풍기는 2백78%가 많은 55만4천2백대가 쌓여있다.
서울충무로4가 K전자대리점의 경우 지난해 하루7∼8대씩 팔리던 냉장고가 요즘에는 하루 3∼4대로 절반이나 줄었고 선풍기는 지난해 없어서 못 팔 정도였으나 올해는 찾는 손님이 뜸하다.
서울 청계천7가 T가전제품판매장 영업상무 김무호씨(39)는 이 같은 불경기로 지난달 이웃 2개의 가전제품 대리점이 문을 닫았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해 23만원이던 1백80ℓ짜리 냉장고가 올해 27만원으로 올랐으나 실제 판매가격은 작년수준인23만원을 받고있어 2중 가격이 이루어졌으며 그나마 지난해 하루 20∼30대에서 7∼8대로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계판매장 영업부장 이철호씨(42)는 『지난 해에는「예약판매」「선불판매」등으로 호황을 이루었다』며 값이 비싼 「에어컨」은 주문이 없어 아예 견본조차 갖다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가전제품 「메이커」들은 이같은 불황을 벗어나기 위해 ▲고시(告示)가격 이하의 투매 ▲판매촉진활동 강화 ▲회사원을 상대로 한「그룹·세일」등의 안간힘을 쓰고있다.

<권오중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