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종래 바그다드 무역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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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이라크 시장은 국제사회에서 '부잣집 갓난아기'로 부를 정도로 잠재력이 있다. 한국 기업들이 초기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쓴다면 결코 '먼 나라'가 아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정종래(41.사진) 바그다드 무역관장은 15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걸프전 때는 전후 경제 제재를 받아 특수가 없었으나 이번에는 미국 주도로 활발한 복구사업이 벌어질 전망이라는 얘기다.

20여년 동안 유지.보수가 되지 않은 유전.발전.수도.주택 등 사회간접자본(SOC)과 민간경제 활성화로 수요가 급증할 가전.자동차.통신기기 등이 유력한 부문이다.

정 관장은 "한국이 연간 4억5천만달러를 수출해온 이라크와 지난해 말부터 교역이 완전히 막혔지만 경제제재가 풀릴 경우 최소한 연간 13억달러의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이라크가 '우호국'으로 대접했던 러시아.중국이 기득권을 잃은 것도 한국에는 호재"라고 덧붙였다.

KOTRA는 정 관장 등의 보고를 바탕으로 ▶SOC분야에 참가할 대기업은 벡텔.파슨스 등 미국 복구사업 참가기업들과 연결고리가 필요하며 ▶수출기업들은 이라크의 물류기지 역할을 하는 쿠웨이트를 주목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현지 파트너를 확보하기 위해 바그다드를 직접 방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미 일본이 전후 복구사업 참여를 위해 쿠웨이트에 정부 사절단을 파견하는 등 각국 정부와 다국적 기업들이 쿠웨이트에 진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정 관장은 "월드컵 개최로 한국은 이라크에서 거의 일본과 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라면서도 "파병에 대해 현지인들이 격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동인들의 반전시위는 줄었으나 내심으로는 "지는 전쟁이라도 침략자에게 매운 맛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너무 쉽게 무너졌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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