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 국민적 화합을 호소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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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9일째에 접어든 광주 사태는 주초가 되면서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는 것 같다. 일요일 심야에 발표된 최 대통령의 침통한 담화문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하면서 지금은 뭣보다도 더 이상의 유혈 참극을 막기 위한 과감한 조치가 취해지기를 두손 모아 기구할 따름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지금은 모든 국민이 사태의 더 이상의 비극적 진전을 저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과격파를 설득시키고 그동안 싹트기 시작했던 화해의 기운을 정착시키는데 힙을 합해야 할 때다.
이런 뜻에서 우리는 최 대통령의 담화 속에 담긴 절절한 호소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모든 현지 주민들과 관계 당국자의 숙연한 마음가짐과 인간적인 신의의 회복을 다시 하번 촉구 해마지 않는다.
최 대통령은 그 담화 속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사태가 이렇게까지 된데 대한 정부 책임자로서의 책임을 느낀다』고 토로하면서『총기를 갖고 다니는 청소년들은 이제라도 늦지 않으니 총기를 반환하고 집으로 돌아가 부모 형제를 안심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또 그는 『사태 수습에 있어서는 난동의 소행은 밉지만, 그들 역시 우리 동포요, 국민인 만큼, 계속 인내와 자제로 슬기롭게 대처하여 인명 피해를 극소화하면서 사태를 수습하는데 최선을 다하도록』시달하면서 『정부는 일시적인 흥분과 감정 때문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도 최대한의 관용으로 그 책임을 불문에 붙일 것을 약속한다』고 공약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번 사태로 희생된 자와 그 유가족에 대한 위로의 말까지 전하면서, 이번 상태로 인하여 고통받고 있는 현지 주민의 고통을 덜기 위해 정부가 모든 준비를 갖추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광주 사태를 초래케 했던 근본 요인을 제거하여, 화해와 안정된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보다 근본적인 사태 수습을 위한 선후 책이 국가적 차원에서 강구돼야 할 것이지만, 현지 주민들로서는· 최 대통령의 이 같은 절절한 호소를 성의 있게 받아들여 무엇보다도, 이미 싹트기 시작했던 평화적 수습의 기운을 정착시키는데 최대한의 자율적 노력을 경주해 주기를 우리는 간절히 바란다.
모든 객관적 정세로 보아 그것만이 유혈의 비극을 종식시키고, 격앙된 민심을 수습하며, 그동안에 입은 현지 시민들의 정신적·물질적 손상을 치유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민주 사회에서는 어떤 경우이든, 과잉 의사표시나 아집과 독선은 그 목적의 정당성 여부와는 관계없이 자칫 상호 이해의 길을 막고 결국 정상적인 질서 정착화를 어렵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인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뜻에서 우리는 지난 23일부터 시민 대표로 구성된 자체 수습 안의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모든 가능한 방법이 동원되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왜냐하면 이 같은 자체적 수습 기운이야말로 현재는 비록 일부 과격분자 때문에 다시 주춤하고 있다고 하지만, 필경 수일간의 피 어린 체험을 겪은 광주 시민 스스로의 뜻과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자체 수습 안의 활성화야말로 가장 신속하고 명예로운 사태 수습의 길로 믿는 동시에 시민들 사이에 싹튼 이 같은 질서 의식이야말로 이번 사태를 절호의 기회로 이용하려 드는 일부 불순분자나 공산 오열의 준동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가장 튼튼한 담보가 된다고 믿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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