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4박5일 청와대 ‘방콕 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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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8일부터 4박5일간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휴가지는 청와대 경내 대통령 관저다. 흔히 말하는 ‘방콕(방에 콕 박혀 있다는 뜻) 휴가’인 셈이다. 관저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본관에서 자동차로 3~4분 거리에 있다. 박 대통령의 ‘방콕 휴가’는 낯선 풍경은 아니다. 의원 시절에도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수박을 먹으며 휴가를 즐기곤 했다. 지난해에는 경남 거제의 저도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청와대로 돌아와 페이스북에 ‘추억 속의 저도’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저도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의 별장인 청해대(靑海臺)가 있던 곳이다.

 하지만 올해는 세월호 참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휴가를 조용히 지내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기간 중 김기춘 비서실장,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윤두현 홍보수석 등 참모진도 절반 정도 휴가를 떠난다. 조윤선 정무수석이 사실상 ‘상황실’ 역할을 하며 청와대를 지휘할 것이란 설명이다. 안종범 경제수석 역시 ‘최경환 경제팀’이 이제 막 닻을 올린 상황이라 휴가를 나중에 가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관저에 머물면서 집권 2년차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과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8월 14~18일)과 관련한 구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이란 관측이 많다. 휴가 중 향후 국회 운영 구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7·30 재·보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첫해인 2003년엔 대통령의 별장이었던 충북 청주의 청남대에서 휴가를 보냈다. 하지만 2004년(탄핵 사태), 2006년(집중호우), 2007년(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 휴가는 청와대 경내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 진해 해군 휴양시설에 머물렀지만 당시 미국 지명위원회(BGN)가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에 포함시키는 문제가 발생, 휴가지에서 외교안보 라인에 원거리 지시를 내리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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