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받은 효행어린이 장호근 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연탄갈이와 설것이에 지칠때면 아빠·엄마사랑을 모르고 고아원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을 생각하며 참아요.
어렵더라도 부모와 함께 산다는것이 늘 즐겁기만해요.』
콩팥수술로 몸져누운 아버지, 중풍으로 고생하는 할머니의 밥시중을 들며 행상길에 나선 어머니대신 집안일을 도맡아온 효행어린이 장호근군 (12·서울청파국교6년).
어려움속에서도 웃음을 잊지않고 학교에서나 집안에서 「밝은등불」노릇을 해온 장군이 내일을 짊어질 장한 어린이로 뽑혀 제2회 「서울어린이 및 청소년상」의 대상을 받았다.
집안의 재롱동이로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장군이 뜻하지않던 가장 노릇을 시각한것은 5년전인 76년 국민교 2학년때.
20여년전 오른쪽 콩팥을 때낸 큰 수술로 앓아오던 아버지 장규환씨(49·당시 안양안산상고교사)가 귀가길에 타고 가던 「버스」가 굴러 6차례의 수술을 받고 8차례나 입원하면서부터 집안살림이 크게 기울었다.
생활에 쫓긴 어머니 민임순씨(42)는 행상길에 나섰고 형 재식군(19·재수생)은 고등학교에 다녀 집에 붙어있을 시간이 없었으며 할머니(72)는 중풍으로 기동을 못해 장군은 8세의 어린나이로 집안살림을 맡아야했다.
이때부터 아버지와 할머니의 병간호는 물론 연탄갈이·실것이·집안팎청소·빨래등 사내아이로서는 맡기힘든 모든일을 혼자 해내야했다.
장군은 연탄불을 갈아 끼우다 옷을 불에 태우고 탄불을 떨어뜨려 화상을 입은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으며 겨울에 얼어터진 수도때문에 급수차에서 식수를 얻느라 손발에 동상을 입기도했다. 장군은 그러면서도 언제나 우등생이었고 매년 반장으로 뽑혔다.
특히 학교에서는 불우어린이돕기에 앞장섰다.
6학년이 된 올붐에는 전교학생회장단선거에 나서 부회장으로 뽑혔다.
어려움을 이겨낸 장군의 애씀이 보람이있어 올들어 아버지 장씨의 병세가 많이 좋아져 집에서 요양하고 있다.
장군의 꿈은 「아인슈타인」과 같은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것이라 했다.
장군은 장학금 (1백만원)으로 형의 대학진학을 돕고 나머지는 보다 어려운 어린이들을 도울수 있게 됐다며 웃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