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체 훈련 일단 받도록|김 문교-정부 차원서 제도 개선책 강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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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옥길 문교부장관은 17일 대학생들의 입영 집체 훈련 거부 움직임과 관련, 『시정할 점은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제도가 개선될 때까지는 법 테두리 안에서 훈련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현재 학생 군사 교육에 대한 개선 방안이 정부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면서 새로운 개선 안에는 학생들의 의견을 비중 높게 참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학도 호국단 운영도 연초에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개선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개선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학원 사태가 한달 가깝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대해 학교나 사회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학원 내 문제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해결 짓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장관은 학생들의 슬기와 교수들의 지도로 학원 사태가 잘 해결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어떤 단안이나 해결 방안이 있는 것은 아니며 문교부가 직권을 발동하는 등의 조치는 현재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학생들도 민주 발전을 위해 분수를 지키고 책임을 다하는 슬기를 발휘해 달라고 당부한 김 장관은 어용 교수 문제에 언급, 교수 스스로가 양심에 따라 진퇴를 결정할 문제이며 부득이하게 어용 교수가 된 학자가 많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장관이 기자들과 가진 일문일답-.
-학원 사태에 대한 전망은.
▲계속되는 교수들의 성실한 노력과 학생들의 슬기를 믿고 있다. 해마다 3월이 되면 큰 일이 날것으로 생각을 했지만 선생님들의 지도와 학생들의 슬기로 잘돼 왔다. 우리 학생들을 전적으로 믿는다.
-일부 학원의 독선적 운영에 대해서는….
▲잘못된 일부 학교의 운영 문제로 학생들이 학교 운영진의 퇴진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학교 법인은 공익 법인이기 때문에 상식 선에서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원만히 수습될 것으로 본다.
학교를 만들어 발전시킨 설립자의 공은 기억해야 한다.
아직은 기다려보는 인내를 갖고 싶다. 기다리는 데도 한계는 있지만 지금 당장 어떤 단안을 내릴 생각은 없다.
-학생 군사 훈련 문제.
▲학기초에 군복무를 끝낸 학생들은 교련을 받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교수들이나 학생들의 의견에도 일리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점차 개선할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법 테두리 안에서 받을 것은 받아야한다. 모든 법은 누구나 지켜야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분수를 지키고 책임을 다하면서 무엇을 요구해야 값진 것이다. 남보고는 독선이라고 비난하면서 자신들이 독선을 범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절대로 못 하겠다」는 식의 사고는 있을 수 없다. 타협과 이해가 필요하다. 강압이나 일방적인 주장은 좋지 않다. 밤새워가며 집안식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주부나 손자가 책가방을 들고 학교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할아버지가 있다. 오랫동안 어려운 환경에서 지내면서도 젊은이들을 대학에 보내는 기대와 소망·정열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학원에서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자유가 주어지고 있다. 이젠 그 자유를 책임질 수 있는 단계로 발전되길 바란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사회나 학부모의 협력도 필요하다.
-어용 교수 문제.
▲어용 교수라는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하는가. 나는 어용 교수가 아닌가. 본의가 아니거나 순수하게 학자적 양심에 따라 일하다 보니 어용교수로 낙인찍힌 사람도 많다고 본다.
국가 장래를 위해서는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당장의 이익 때문에 어용 교수 노릇을 한 사람은 양심에 따라 스스로 진퇴를 결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그러한 일이 다시는 없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 너무 집착해 힐책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학원의 정치적 중립에 관해서는….
▲정치적으로 중립되어야하고 또 보장돼 있다. 학생들이 더 알아서 학원이 정치 집단에 이용당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학원과 군과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지….
▲기본적으로 위험하지 않다고 본다. 군은 국민을 위해 수고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학내 활동은 충분히 보장돼있다. 각기 자기 할 일을 해야 한다. 서로 아끼고 고마운 마음으로 임하자. 자기 일은 안하고 남의 일만 간섭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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