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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한양도성 주변 뉴타운 일부 첫 직권해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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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구 1000만의 대한민국 수도를 이끄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첫째는 안전, 둘째는 복지, 셋째는 이 두 가지를 충당할 경제성장”이라며 2기(期) 시정의 목표를 세웠다. 그러면서 “1기 2년8개월이 변화의 토대를 만든 시기라면 앞으로 4년은 변화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다음소프트와 함께 박 시장의 연설과 기자회견, 언론사 인터뷰를 분석해 그가 강조한 단어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정치-사람-안전-삶-시대-경제 …’ 순이었다. 이를 근거로 박 시장의 핵심적 가치와 정책을 다섯 개의 키워드로 분류했다. ①사람·삶 ②안전 ③복지·행복 ④창조경제 ⑤혁신·현장이 그것이다. ‘박원순의 서울’ 시리즈는 박 시장이 이끌 서울이 어떻게 변모할지, 과제는 무엇인지를 시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획이다.

강인식·강기헌·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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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대신 재생 “성곽마을 살리면 자산가치도 올라”

사람·삶   서울시가 한양도성 발굴·보존을 위해 주변 뉴타운 지구 일부에 대한 개발지구 계획을 직권으로 해제하기로 했다. 이화충신권·삼선권 등이 해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주민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발지구계획을 서울시 직권으로 해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1기 때 추진했던 ‘뉴타운 해제와 도시재생 추진’이 2기에선 핵심 정책으로 자리 잡는 것을 의미한다.

 박 시장은 최근 간부 회의에서 “장수마을의 변화에서 보듯이 한양도성 인근 마을 22곳 하나하나가 지금의 북촌처럼 변하고 있고, 마을의 부동산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며 직권해제 방침을 밝혔다고 23일 서울시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시 관계자는 직권 해제에 대해 “201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둔 한양도성 복원 프로젝트는 인근 마을의 가치를 크게 높일 것”이라고 했다.

 한양도성을 둘러싼 재개발 지역은 ▶행촌권 ▶부암권 ▶성북권 ▶명륜권 ▶삼선권 ▶이화충신권 ▶창신권 ▶광희장충권 ▶신당권 등 9개 권역으로 나뉜다. 167만2000㎡에 이르는 이 권역은 보존가치가 높은 곳이다. 이화장과 충신한옥 밀집 지역을 끼고 있는 이화충신권, 김동리·주요섭 가옥 등이 보존돼 있는 삼선권은 직권해제 가능성이 크다.

 그간 시는 뉴타운 지구를 해제할 때 주민 동의를 받아왔다. 동의를 받는 데만 꼬박 1년여가 소요되면서 행정력이 낭비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서울시는 창신·숭인지구 등에 2조원을 투입해 주거 환경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을 29일 발표한다.

상습침수 지역 34곳 방재에 1조5788억
예산 확보가 과제

안전 지난 4일 오후 9시30분 트위터에는 잠실 도로에 생긴 직경 50여㎝의 싱크홀 사진이 올랐다. 도로 파손에 대비해 도로 안전 관련 공무원 81명이 공유하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이 사실이 전해졌다. 한 공무원이 대화방에 사진과 내용을 올린 것이다. 송파구청 직원이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이어 대화방에 있던 도로관리 직원도 합류했다. 현장 통제와 조사를 담당하는 직원이 대화방에서 지휘를 받아 조치에 나섰다. 이창석 도시안전팀장은 “팀장-과장-국장으로 이어지는 보고가 생략된다는 게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SNS를 활용한 대응시스템은 카페트(카카오·페이스북·트위터) 블로그까지 직접 관리하는 박 시장의 색깔을 그대로 보여준다.

 박 시장은 “세월호 침몰 이후 서울시 골든타임 준수율을 조사해 재난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선 직후인 지난달 6일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연설 중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복지나 소통이 아닌 ‘안전’이었다.

서울시는 1조5788억원을 들여 상습침수 지역 34곳에 방재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신월동의 경우 1000억원을 들여 한강으로 빗물을 빼내는 유입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세월호 이전이라면 예산 문제로 엄두도 못 내던 일들이다. 이에 대해 경희대 정창수(재정학) 교수는 “필요성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전체 예산이 한정돼 있는데 안전 정책에 대한 큰 그림 없이 1조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하는 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호자 필요 없는 병원 1000병상 확대

복지·행복   박 시장은 간호사가 보호자 역할까지 맡는 환자안심병원을 1000병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복지서비스 중 시민 호응도 1위는 환자안심병원이다. 지난해 1월 서울의료원 90병상으로 시작한 환자안심병원은 현재 380병상으로 늘었다. 그동안 가족이 입원하면 보호자가 직장에 휴가를 내거나 간병인을 고용해야 했다. 경제적 부담은 물론이고 보호자가 환자와 함께 목숨을 끊는 등 사회적인 문제로 이어지기도 했다. 환자안심병원은 중앙정부도 벤치마킹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전국 13개 병원에서 ‘보호자 없는 병원’을 도입했다.

 박원순 2기의 복지 모델은 ‘찾아가는 복지’로 요약된다. 구청에서 전담하던 복지서비스를 동(洞) 단위로 확대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복지공무원 300명을 신규 채용해 주민센터에 2명씩 배치했다. 복지전달체계를 더 촘촘히 하기 위해서다. 주민센터 복지사들은 마을을 돌며 복지 사각지대를 찾는다. 박 시장은 앞으로 국공립어린이집 1000곳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국공립어린이집 대기자는 10만 명으로 입소에만 2~3년이 걸릴 정도다. 강남북에 한 곳씩 중증외상센터도 신설한다. 도시재난과 응급상황에 대응하는 중증외상 거점 병원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북부병원이 지난해 5월 선보인 ‘301 네트워크’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 보건·의료·복지를 하나로 묶은 통합의료 서비스를 말하는데 셋을 묶어서 하나가 된다는 의미로 301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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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창조경제 거점 채울 콘텐트 찾아야

창조경제   2기 시장에 들어가기 전 박 시장은 먹거리와 일거리를 전면에 내세우며 경제성장을 강조했다. “안전과 복지를 이루기 위해서도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내세운 서울 경제성장의 슬로건은 ‘창조경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키워드라는 지적에 대해 박 시장은 “여의도식 이념과 당파의 시대는 갔다”며 “시민에게 좋다면 누가 먼저 썼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원순의 창조경제’는 규제개혁으로 대표되는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와는 내용이 다르다. 박 시장이 선정한 5대 창조경제 거점은 문화산업 중심 ‘신홍합 밸리’(신촌·홍대·합정)를 비롯해 구로디지털단지(G밸리), 테헤란밸리, 상암DMC, 홍릉밸리다. 특히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안티에이징(anti-aging) 산업을 육성할 홍릉밸리에 관심이 많다.

 서울시는 경제 역량을 해외로 뻗어나가게 하기 위해선 영동권 마이스(MICE, 국제회의·관광·컨벤션·전시회) 개발이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88올림픽이 열린 잠실 주경기장 주변이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서울시는 MICE 센터 내에 특허분쟁 중재재판소를 유치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박 시장은 최근 라스베이거스샌즈그룹 셸던 애덜슨 회장과 만나 투자 유치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관건은 박 시장 구상의 실현 가능성에 있다.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 사무국장은 “창조경제 5대 거점은 정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산업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2기 첫 공식일정은 위례 ‘현장시장실’

혁신·현장   ‘경청을 제도화하라’. 박 시장이 스스로 만들어 좌우명으로 삼은 문구다. 진정성 있게 듣기 위해서는 ‘듣는 과정’을 제도화하고, 그것을 전담할 사람도 따로 둬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시장이 된 그가 가장 먼저 ‘경청을 제도화한 것’이 현장시장실이다.

 2012년 은평뉴타운 미분양 사태는 박 시장의 골칫거리였다. 미분양으로 인해 지역 민심이 악화되고, 시의 채무감축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이에 박 시장은 은평뉴타운에 시장 집무실을 만들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자고 지시했다.

천준호 비서실장은 “시장이 움직이니 관련 부서에 비상이 걸렸다. 따로따로 놀던 부서도 협의하지 않을 수 없어 자연스레 행정력이 집중됐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지역은 은평, 가치는 금평’이란 슬로건이 나오고 교육·교통 민원이 해결되면서 은평 미분양 물량은 두 달 만에 소화됐다. 은평에서 시작된 현장시장실은 지난 1년간 20개 자치구에서 119번 열렸다.

 지난 5일 박 시장은 2기 임기 첫 공식 일정을 위례지구 현장시장실로 결정했다. 대규모 베드타운이 들어서고 있지만 교통 인프라가 미흡해 민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곳이었다.

다음 현장시장실은 10월께 신정지구에 설치될 가능성이 높다.

  현장시장실은 정치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 강남·송파·서초구청은 현장시장실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모두 새누리당 소속 단체장 지역이다. 스스로를 중도실용주의자라고 말하는 박 시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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