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파 "믿을 수 없다 … 믿지 않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유병언 회장의 사망 소식을 들은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은 “믿을 수 없다. 아니, 믿지 않는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일부는 ‘조작’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대부분 집단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다. 다만 청해진해운 계열의 방문판매 업체인 다판다 영업점 업주 및 판매원 300여 명이 23일 경기도 안성시 금수원에 모여 회의를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유 회장 사망 소식이 전해진 22일 구원파의 본산인 금수원은 특별한 동향이 없었다. 오전부터 출입문은 열려 있었고 차량 진출입을 막는 차단봉만 내려진 상태였다. 입구에는 남자 신도 세 명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평소처럼 드나드는 차량을 통제했다. “세월호 진실 규명하면 현상금 5억 주겠다”는 등의 현수막 역시 계속 달려 있었다. 오후까지 차량 여러 대가 수시로 드나들었다. 출입을 통제하는 남성은 “오는 26일부터 일주일간 금수원에서 열리는 하계수양회를 준비하는 차량들”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열리는 수양회로 올해 수천 명이 참석한다고 했다.

 또 다른 출입 통제자는 사망 소식에 대해 “들었지만 믿지 않는다. (언론의) 오보이고 검찰과 경찰의 조작”이라고 잘라 말했다. “왜 조작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평생 술 한 모금 못 드시는 분인데 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유 회장이)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며 “안에서 행사를 준비하는 신도들도 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에 따르면 적어도 5월 25일까지는 유 회장이 살아 있던 것 같은데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불과 2주일 사이에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구원파 이태종 대변인 역시 뉴스1 등 언론과의 통화에서 “유 회장은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며 “(사망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원파 조계웅 전 대변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망이 사실인지에 대한 공식 입장은 없다. 현재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확인되는 대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다. 전국 각지의 구원파 신도들도 유 회장의 사망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구의 세모스쿠알렌 사무실에서 일하는 한 여성 신도는 “믿을 수 없다. 신도 모두 아니라고 생각해 덤덤한 기분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금수원에 올라가지도, 단체로 신도들끼리 모여 얘기하지도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다판다 관계자들이 23일 금수원에 모여 판매 악화 대책회의를 한다는 정보가 들어온 것 정도를 빼면 특이한 동향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검문검색과 동향 파악을 강화했다. 금수원으로 가는 38번 국도에서는 경찰 30여 명이 지나가는 차량을 세우고 운전자 신원을 확인했다.

안성=임명수·안효성 기자, 대구=김윤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