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 교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새봄부터 각급 학교의 책상·걸상이 바뀐다. 우선 사진으로 보면 모양이 투박하지 않아 마음에 든다. 볼품도 없고 모양도 투박하고 색깔도 우중충한 책상이 칠팔십개나 들어찬 교실. 이것이 우리의 교육풍토다.
이번 새로 만든 책상·걸상은 목제·철제·「플래스틱」제 등 다양한 자재를 쓰고 있다.
색깔도 노란색·연녹색 등을 선택했다고 한다.
흔히 연녹색이나 노란색은 어린이들로 하여금「바나나」나 초목의 새순을 연상하게 한다는 어느 미학자의 보고가 있었다. 형상뿐 아니라 명쾌·발랄·신선·약동 등 추상적인 연상도 한다는 사실은 흥미 있다. 교실의 분위기를 이처럼 새롭고, 따뜻하게 바꾸어 놓을 수 있게 된 것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이미 우리나라 각급 학교의 교구들은 비현실적이라는 보고가 빈번했었다. 책상이 높은데 비해, 걸상이 너무 낮고, 교사의 교단은 불쑥 높아 어느 것 하나 제격인 것이 없다는 것이다.
책상과 걸상의「밸런스」는 신체발육과도 관계가 깊다. 전문가들은 골격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혈류마저 비정상적으로 압박해, 피로감을 쉽게 부른다고 말한다.
좁디좁은 공간에서 어설픈 책상에 앉아 하루에 적어도 5,6시간은 보내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 어린이들의 실정이다.
필경 정신적인 긴장감도 적지 않을 것 같다. 한창 발육이 왕성한 세대들에게 그것은 고문 아닌 고문이다. 여기에 책가방은 또 얼마나 무거운 짐짝인가.
이번에 새로 바꾼 책상·걸상은 자재가 다양하다. 여기에서 비롯되는 난한감·경중감·경연감 등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교구를 개선하는 이번 기회에 그런 것까지도 충분한 사전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사진에 비친 모양은 좀 약해 보이는 인상이다. 어린이들이 약체의 책상·걸상에 맞추어 얌전해지기를 강요당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교구를 위해 학생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따라서 한 실험교를 통해 충분한 사례분석을 해 볼만도 하다. 모처럼 큰 개혁을 하면서 미구에 다시 쓸어내야 할 교구라면 그 낭비는 너무 크다.
책상 하나, 걸상 하나라고 섣불리 판단할 일은 아니다. 그것은 국민건강의 문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의 결정에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가해서 자문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필경 우리도 그런 고려가 있었으리라고 생각되지만 문제는 성의다. 명랑 교실을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