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안전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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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흔히들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라고 한다. 우리가 「어린이 역행」을 제정하고 해마다 어린이날을 정해서 각종 행사를 갖는 것은 이 나라의 내일을 짊어질 어린이들의 귀중함을 새삼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어린이들을 참으로 위하는 길은 물론 그들이 마음껏 공부하고 뛰어 놀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일이겠지만,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그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환경의 조성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만 나서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한 환경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학교 주변에 널려 있는 불량 식품, 불량 장난감의 범람이라든지, 마구 포주 하는 자동차의 횡포 등 사회 전반의 안전 감각 마비는 제쳐 두고라도 학교 구내, 시설물조차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음은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5명의 어린이가 숨지고 20여명이 부상한 부산용 호매의 계단 참사가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 생생한 터에, 이 달 들어 서울에서 만도 개학 첫날 한 여자 어린이가 학교 놀이터에서 통나무 그네에 머리를 받혀 숨졌는가 하면 미술 학원에 입학한 네 살 박이 어린이가 학원 계단을 내려오다 숨지는 등 사고가 잇달아 일어났다.
20일 낮 서울 대림 국민학교의 체육 시간에 8명의 부상자를 낸 늑목 (늑목)사고는 학교내 각종 시설물의 전반적인 안전 점검을 요구하는 벌폐으로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사고가 난 대림교의 늑목은 쇠 「파이프」로 만들어진 것이고, 이번 신학기 초의 일게 점검 때 새로 「페인트칠을 하고 용접까지 해서 이 같은 사고의 위험성은 없었던 것으로 학교측에서는 본 듯하다. 다행히 크게 다친 어린이는 없었다는 점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학교 내 모든 시설물의 철저한 안전 진단의 필요성을 새삼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조사는 어린이들은 7· 8세가 되어야 비로소 상대방의 위치를 알게 되고, 11세 또는 12세가 되어야 비로소 균형 감각을 완전히 터득하게 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한편, 어린이 사고의 발생 책임이 부모와 사회에 있는 경우가 무려 79%에 이르고, 전적으로 어린이 자신의 잘못인 경우는 고작1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바 있다.
이것은 다시 말해 어린이 사고의 책임은 거의 전적으로 어른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환경 정비가 얼마나 시급한가를 일깨워 주고 있다.
학교 구내의 시설물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시내 주택가나 「아파트」단지 등에 설치되어 있는 어린이 놀이터도 위험한 장소로 방치되지 않도록 어른들의 부단한 관심과 보살핌의 눈길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서울 시내에만 8백여 개에 이르는 어린이 놀이 기구는 대부분 쇠사슬이 녹슬거나 끊어져 극히 위험한 상태에 있는데도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전혀 보수를 않거나 보수를 한다 해도 겉치레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어린이 안전사고가 날 때마다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자는 구호만 난무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실정이다. 하지만 그러한 구호가 잠시동안의 형식적인 것으로 그치고 말았다는 것은 어린이들의 안전 환경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아직도 형편없이 모자란다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린이들의 안전사고란 어른들이 좀더 관심과 애정을 갖고 보살피면 훨씬 줄일 수 있는 것임을 거듭 강조한다. 앞으로 날씨가 풀리면 교통사고, 익사 사고도 훨씬 많아지게 된다. 가정이나 학교뿐 아니라 국민 개개인 모두가 어린이들이 부의의 재난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관심을 갖고 따뜻이 보살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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