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의 '금'자도 안 꺼냈다는데 … 최경환·이주열 마음 통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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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1일 최경환 부총리(오른쪽)가 취임 뒤 처음으로 이주열 한 은 총재를 만났다. 두 사람은 “경제 상황 인식이 동일하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기준 금리의 ‘금’자도 안 나왔습니다. 금리는 한국은행 고유의 결정 사항이기 때문에 한은이 판단하실 겁니다.”

 ‘실세 경제수장’으로 평가 받는 최경환(59)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몸을 낮췄다. 2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이주열(62) 한은 총재와 상견례를 겸한 아침 식사를 하면서다. 최 부총리가 16일 취임한 뒤 관계기관장으론 이날 처음 이 총재를 만났다.

최 부총리는 “우리가 서로 협력하고 자주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해야 경제가 나아지지 않겠느냐 생각해 부총리 취임 후 (다른 기관장으론 한은 총재를) 가장 먼저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재부와 한은은 경제의 양축”이라며 “한은은 중앙은행 나름의 역할이 있다”라고 한은을 치켜세웠다. 두 사람은 최근 한국 경제가 세월호 사고 영향 등으로 경기회복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내수부진 등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도 했다. 아울러 내수와 수출, 기업소득과 가계소득 간 불균형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우려도 했다.

 최 부총리는 한은과 이 총재와의 개인적 인연도 강조했다. 그는 “1979년 한은에 취업해 6개월여 다니다가 공무원으로 옮긴 인연이 있다. (이 총재가) 학교(연세대 상대) 선배”라고 말했다. 이 총재도 “경제를 보는 시각에서 (최 부총리와) 큰 차이가 없었다”며 “앞으로도 경제에 대해 함께 의논하고 인식을 같이하려고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양 기관은 부총리-총재 간 뿐만 아니라 간부·직원끼리 만나는 기회도 늘리기로 약속했다. 이날 만남에선 웃음소리가 간간이 흘러나오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비록 시장에서 기대한 금리 인하 관련 언급은 없었지만 두 사람의 회동을 시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 부총리가 이 총재를 최대한 예우하면서 금리 관련 언급을 자제해 이 총재의 입지를 높여줬기 때문이다. 한은이 다음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낮추더라도 최 부총리의 입김에 휘둘렸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최대한 배려하는 모양새였다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 오준범 연구원은 “금리 인하의 공이 한은과 금통위에 완전히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며 “이제는 한은이 금리 인하를 통해 정부와 박자를 맞춰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금리를 낮추든 동결하든 한은의 독자적 판단으로 결정하되 큰 그림에서 경기를 살리는데 일조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한국금융연구원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은 “금리 인하보다 선행돼야 하는 것은 10년 넘게 문제된 가계 부채의 해결”이라며 “주택담보대출비율(LTV)까지 완화하려는 상황에서 한은은 금리 인하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 부총리는 22일에는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5단체장과 만난다.

글=강병철·조현숙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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