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와 사용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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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제환경이 어려운 때 일수록 기업경영은 적극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적극적인 기업경영은 그 기업이 갖고있는 특성을 노사협조를 통해 최대한으로 살려 가는데 있을 것이다.
요즘 불황타개를 위해서 기업의 전임직원이 힘을 모으고 있다는 신발류업계의 참신한 기운은, 기업경영 측면뿐만 아니라 노사관계에 새로운 뜻을 준다는 점에서 매우 흐뭇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때마침 민주발전을 향해 온 국민이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자칫하면 빗나가기 쉬운 노사관계가 기업이라는 구심점을 향해 뭉칠 수 있다는 예시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경제·사회구조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존재는, 독자의 법인격과 존재의의를 갖고 국민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즉 기업은 우리사회 구성원의 하나이며 따라서 그 권리와 의무도 우리 자연인과 똑같이 나누어 갖고 있다.
기업은 건전한 경영을 통해 그 성과를 극대화하고, 포용하고 있는 종업원 및 사회에 그것을 공지하게 배분함으로써 국민경제의 성장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행동윤리는 바로 기업을 움직이고 있는 조직원에 의해 좌우된다.
기업의 전 종업원은 기업에 활기찬 생명력을 불어넣느냐, 아니면 불협화음으로 병들어 쓰러지게 하느냐는 결정권을 쥐고 있는 것이다.
흔히 노사관계는 이해가 대립하는 것이라는 편견에 빠지는 일이 허다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노사·기업과 종업원은 이해가 일치하는 공동체라고 긍정적인 이해를 가질 필요가 있다.
기업이 번영해야 종업원이 윤택해지는 것이며 종업원이 건실해야 기업이 튼튼한 것이 아닌가.
기업이 인체라면 종업원은 혈액이라고 비유할 수가 있을 것이다.
물론 기업측으로서는 물가고를 감안하여 생계비를 보장하는 것이 당연한 책임이다.
다만 그동안 자본·기술의 축적이 미약했던 탓으로 불황을 견디어 나가기가 힘들므로 만족할 만한 대우를 못한다면 그것을 설명하고 노사협조를 구해야한다.
또 종업원은, 기업은 내 개인과 내 가정의 소득원이며 기업의 번영이 곧 종업원의 복지향상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새겨야겠다.
일부 선진국의 예를 앞세워 격렬한 대립야식을 기르는 것은 개인의 행복이나 국리민복을 외면하는 것이 아닐까.
양보와 타협의 미덕을 살려, 때에 따라서는 임금인상 요구를 하되 기업의 경영상태를 십분 고려하는 종업원의 행동양식이 더 일반적이라는 것을 애써 부정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내외 경제여건은 결코 낙관할 만한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불경기와 물가고가 우리나라 경제를 역시 흔들고 있다.
이러한 난국을 헤쳐 나가려면 노사 모두 원만하고 따뜻한 직장분위기를 살려서 능률을 있는 대로 내보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동절을 맞아 노사관계 정립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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