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 불 합작 연극|체코재판 대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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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폴커·슐뢴도르프」「시몬·시뇨레」등 독불 양국의 저명한 연극인들이 최근「뮌헨」에서『반체제인사에 대한「체코」재판』이라는 제목의 연극을 공연.「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얻었다. 이 연극이 관심을 집중시킨 것은 정치폭로물이란 이색적인 내용이라는 것 외에 독 불 양국의 연극인들이「체코」지성인을 위해 출연한 우정공연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 연극은 지난 77년 이른바「77혜장」에 서명하고 체포된「체코」의 체제비판론자에 대한 재판과정을 사실 그대로 무대에 옮긴 것이다. 극작가「바클라프」와 여기자「오타·베드나로바」등 반체제인사들이「77헌장」에 서명했다는 이유하나로 법적인 절차가 전혀 무시된 채 1∼5년씩 체형선고원 재판과정만을 무대화한 것이기 때문에 연극학에 회의를 던졌으나 공연결과는 뜻밖의 성공이었다. 서독「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지는『새로운「장르」의 연극』이라고 평했는가하면「디·벨트」지는『금년도 연극계의 수확』이라고 극찬을 보냄으로써 공연전의 우려를 깨끗이 씻을 수가 있었다.
이 연극의 생명은 무엇보다도 독 불 양국 연극인의 열연과 뛰어난 무대장치에서 찾아진다.「시뇨레」와「슐뢴도르프」를 필두로「파트리스·셰로」「파벨·코후」등 모든 출연자가 마치 자신의 재판처럼 저항감 넘치는 연기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대를 전거거고에 설치함으로써 관중들에게 침울한 분위기를 안겼다는 것도 이 연극이 성공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요인으로 지적된다. 장치래야 몇 10개의 의자와「후사크」「체코」대통령의 사진 한 장 뿐, 그러나 그 침울한 분위기가 재판장면을 살리기에 충분했다는 설명이다.
단막극으로 된 이 연극은 90분간의 재판과정을 연극적인 수식 없이 사실 그대로 재연시켰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친구인「바클라프」로 분한「코후」가 검사의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하다가『나는 무죄다』라고 절규하고. 여기자「베드나로바」로 등장한「시뇨레」가 오히려 검사와 판사를 힐난하는 장면은 전 관객이 기립박수를 보낼 만큼 감동을 주었다.
이 무대는「파리」에 본부를 둔「국제예술가보호협회」(AIDA)가 벌인 우정행사의 일환-.『...「체코」재판』을 성공리에 마친 AIDA는 앞으로「우루과이」출신의「피아니스트」「알바·곤살레스·수야」와 소련「피아니스트」「블라디미르·카라세프」등 투옥중인 예술가를 위한 우정공연도 계획중이다.<본=이근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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