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용호국교생 압사는 모든 어머니들에도 책임 |「차례 지키기」가르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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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국의 어머니들께 호소합니다. 부산 용호국민학교의 어린이 압사사건이 일어 난지 벌써 20여 일이 지났지만 너무나도 큰 충격에 세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붓을 들었습니다.
한창 자라나던 어린 생명을 잃은 후 우리는 과연 무엇을 생각하며, 얼마만큼 뉘우치고 있는 것일까요.
사고 후 그 국민학교 교장선생님이 해임됐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어찌 그분만의 책임이겠습니까.
줄서기·차례 기다리기 정신을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못한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 어른들입니다.
한발이라도 앞서가게 하려고 5∼6세 고사리 손으로 「피아노」를 치게 하고, 미술학원에 보내며, 무용학원에도 보내고 과외공부를 시킵니다.
물론 그들 중에는 천재적 재능을 지녀 조기교육을 시키는 부모도 계실 줄 압니다.
그러나 요즘 부모들(특히 엄마)은 지나친 욕심에서 아이들의 능력은 생각하지 않은 채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남보다 앞서 운동장으로 나가겠다는 어린이들의 의식이 바로 이런데서 싹튼 것은 혹시 아닐까요.
다른 아이들보다 내 아이가 먼저 알아야 하고, 내 자식이 먼저 출세해야 하고, 남이 잘하면 박수를 보내며 기뻐해 줄줄 모르는 우리들이 아니었는가 하고 반성해 봅니다.
우리 엄마·아빠들은 지금부터라도 질서교육을 집에서부터 가르치도록 해야겠습니다.
이민정 (서울동부 이촌동301 민영「아파트」 2동 4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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